[대전 안전도시를 꿈꿈다] 6. 해외 선진사례 탐방-후쿠오카를 가다

[대전 안전도시를 꿈꿈다] 6. 해외 선진사례 탐방-후쿠오카를 가다

후쿠오카 '시민방재센터' 연간 12만명 방문 시설물 곳곳에 유니버설디자인 '살기좋은ㆍ안전도시' 실현

  • 승인 2012-10-30 14:25
  • 신문게재 2012-10-31 9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유니버설디자인이 접목된 지하철 3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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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이 접목된 지하철 3호선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국내에서는 '만약 유사한 사태가 우리에게 벌어졌다면'이라는 우려들이 흘러나왔다.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나온 반응들이 아니었다. 대재앙과 참사에도 상시적인 재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지나치게 냉정하게 비춰질 정도로 침착하게 대응하는 이웃 나라의 모습을 보며 유사한 상황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위험 인식이 짙게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일본은 지리적ㆍ지형적 특성 상 태풍과 지진ㆍ해일 등 각종 재해ㆍ재난의 위험성이 높은 곳이지만, 그 만큼 철저한 대응력을 갖춘 방재 선진국으로도 꼽힌다. 일본인들에게는 재난 대비 훈련이 일상화 돼 있으며, 재난 위험성과 안전에 대한 인식 또한 높을 수 밖에 없다. 후쿠오카시는 일본 내에서도 효율적인 도시 안전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선진 도시로 꼽힌다. 후쿠오카가 전 세계적으로도 살기 좋은 도시로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후쿠오카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기본구상에 도시 안전의 개념을 담아내고 있다. 이 도시가 추진하는 도시 안전의 개념은 방재ㆍ방범 등 일반적인 안전의 개념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도 편안하고 안전한 도시를 조성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라는 지향점이 바로 이를 대변한다. 또 여기에는 행정기관의 정책적 노력 뿐 아니라 안전한 도시 만들기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와 참여가 뒷받침되고 있다. 대전과 비슷한 규모인 인구 150만의 도시 후쿠오카는 대전이 안전한 도시를 꿈꾸고 지향해 나가는데 있어 꼭 한번 들여다 볼만한 도시다.

▲후쿠오카 시민방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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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시민방재센터
▲연간 12만이 찾는 후쿠오카 시민방재센터=재난ㆍ재해 위험도가 높은 일본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방재 훈련이다. 때문에 일본은 대부분의 도시에 시민들이 각종 재해ㆍ재난 상황을 체험하고 대응 요령을 숙지할 수 있는 방재센터를 갖추고 있다. 시민들이 각종 재난 상황을 미리 체험하고 이를 통해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방재 정책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후쿠오카시의 방재센터는 이런 일본 내에서도 여타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진과 태풍, 화재 등 각종 재해 상황에 대비한 체험장을 갖추고 전ㆍ현직 소방관 등 전문가들의 안내 하에 보다 많은 시민들이 실질적인 체험과 대응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방재센터에는 후쿠오카 시민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하루 600명, 연간 12만명이 찾고 있으며, 주말에는 가족 단위 체험객도 줄을 잇고 있다.

▲수해 예방을 위한 '레인보 플랜'과 방재 지도=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대형 재해 위험이 높지 않은 대전의 입장에서는 후쿠오카시의 방재 정책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것이 바로 수해 예방 정책이다. 전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많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물론 일본에서도 예기치 못한 수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규슈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후쿠오카시는 특히 잦은 태풍의 이동 경로에 위치해 상습 침수 등 수해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후쿠오카시는 이른바 '레인보 플랜'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지하 빗물 저류관과 빗물 펌프장 및 조정지 등 수해 예방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후쿠오카시는 이미 시내 중심부인 하카타역 주변 지역에 이 플랜을 시행해 수해 예방에 상당한 효과를 봤고, 현재는 뎬진 지구에도 이 정책의 확대 시행을 계획 중이다.

후쿠오카시의 방재 대책은 단순히 시설적 측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이 스스로 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방재 정보 제공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리는지, 또 집중 폭우시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은 어디인지 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지역ㆍ지구별 방재 지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으며, 원하는 시민들에게는 이메일을 통해서도 각종 재해 및 방재 정보를 상시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동네마다 거리에 재난ㆍ재해 시 대피 경로 등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것도 이런 방재 대책의 일환이다.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선도 도시=후쿠오카는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을 떠나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 '유니버설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후쿠오카시의 유니버설디자인은 거대한 시설물이 아니라 공원의 벤치에서부터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각종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데 있어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모든 시민들이 작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2005년 개통된 후쿠오카시의 지하철 3호선 '나나쿠마선'은 사회적 약자의 이동 편의를 최우선으로 설계된 유니버설디자인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후쿠오카시는 정책적으로도 유니버설디자인을 안전ㆍ안심 도시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이 단순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재해ㆍ재난 등 모든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철학이 도시 안전 정책의 근간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후쿠오카시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선도 도시 답게 지난 12일부터 3일간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4회 국제유니버설디자인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그 주제를 '안전ㆍ안심, 유니버설디자인의 기본을 생각한다'로 정해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의 사례와 교훈을 토대로 유니버설디자인을 시민 안전과 생명 보호라는 측면으로 확대ㆍ접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설파하는데 주력했다.<끝>

일본 후쿠오카=이종섭 기자 nomad@

※본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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