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29일 류현진의 조건부 미국행을 전격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단 내부에서 내년 시즌 에이스의 역할을 강조하며 잔류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상황에서 터진 반전이라 더욱 놀랍다. 팬심에 백기투항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포스팅시스템 개시를 코앞에 두고 본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은 '괴물'의 미국행 관련 기사를 양산했다.
김응용 감독과 김성한 수석코치 등은 '팀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라며 류현진이 내년 시즌 반드시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자 팬들이 가만있질 않았다. 올 시즌 잘 던지고도 10승을 채우지 못했던 무기력한 한화 모습을 질타하며 한국 에이스의 큰 무대 진출을 바라는 기대심리를 토해냈다. 잔류가 필요하다는 일부 팬들의 주장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팬심은 류현진의 미국행을 바라고 있었다.
프로야구단은 팬들의 지지와 사랑이 존립의 이유다. 때문에 한화로서는 이처럼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는 팬심을 눈감을 수 없었고 '조건부 승인'이라는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에이스 한 명에 의존하는 것을 탈피하려는 구단의 인식 전환도 이같은 결정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류현진을 데리고 있었던 최근 4년 동안 최하위를 3차례나 했다.
류현진은 팀 1군 투수 10여 명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다. 에이스 혼자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나머지 선수가 받쳐주지 않으면 팀 성적이 나아질 수 없다.
차라리 류현진을 내주고 그 보상으로 국내 A급 선수 2~3명을 데려오자는 주장도 줄기차게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는 류현진의 조건부 미국행을 승인하면서 이같은 점에 주목하는 듯 보인다.
류현진이 없더라도 그의 빈자리를 2~3명이 나누어서 메운다면 이도 나쁜 방법만은 아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적정한 몸값이 제시된다면 류현진을 미국으로 보내고 국내 FA 대어 또는 거물 용병을 영입한다는 것이 한화의 구상이다.
아직 '괴물'의 최종 거취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화는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았던 류현진 없는 시즌을 이미 준비하는 듯 보인다. 독수리군단이 류현진 대신 얻어올 보물은 누구일까.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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