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모 기초과학연구원(IBS) 대외협력팀장 |
이번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한국인이 없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더불어 과학분야에서 아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점도 또 다른 아쉬움이다. 여기에 일본과 한국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횟수 비교로 실망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비록 우리나라가 아직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노벨상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생명) 등은 기초과학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 같은 이유로 많은 국민들이 노벨상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예전처럼 과학자가 되는 것을 희망하는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이번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서도 많은 언론이 수상을 하지 못한 원인과 이에 대한 방안을 보도했다. 특히 과학분야 16대 0이란 스코어로 한국과 일본의 수준차를 체감케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16대 0이란 스코어 자체가 아닌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이다.
일본은 이화학연구소(RIKEN)를 1917년 설립해 기초과학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지난해인 2011년 11월 설립됐으니 일본과의 기초과학 출발점이 약 10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연구·개발 예산을 GDP의 2% 아래로 낮추지 않는 '2%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중 많은 부분을 반드시 기초과학 분야에 배정한다.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교수의 수상 소감은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그는 “대지진과 불황에서도 50억엔(한화 약 711억원)을 지원받았다”며 “내가 아니라 일본이 노벨상을 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속적이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일본의 기초과학은 선진 반열에 올랐고 노벨상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의도하지 않은 선물인 것이다. 이 같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에서도 조성되고 연구환경 전체에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자율성과 연속성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이렇게 자율성과 연속성을 보장해줘야 연구자들도 새로운 분야, 남이 하지 않은 연구를 할 수 있으며 그래야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변형하는 추격형 연구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체계는 경제발전이나 부가가치 창출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도와 도전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분명 아무도 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지식도 거의 없고 연구과정에서 수많은 시련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와 시련을 인내하고 꾸준히 연구하면 웃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맺을 수 있으리라 본다. 더불어 연구자들의 성실실패를 용인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한국의 과학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설립을 통해 대한민국이 기초과학 발전의 첫발을 디뎠다. 이 첫발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새로운 과학문화를 창출하고, 연구 환경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이는 훗날 대한민국이 위대한 국가, 살기 좋은 나라로 발전해 국민들에겐 자긍심을 심어주고 인류에 공헌하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수적천석(水滴穿石)이란 말처럼 오랜 시간 물방울이 바위의 한곳에 떨어지면 그 곳에 작은 홈이 생기고 결국 바위가 뚫리듯, 과학을 향해 보내는 국민들의 단비 방울과 이런 환경에서 흘리는 연구자의 땀방울은 노벨상이란 바위도 뚫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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