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올해 계룡산의 첫 단풍은 작년보다 하루 빠른 지난 16일부터 시작돼 지난 주말인 27일께 단풍이 절정을 이뤘다.
기상청에서 관측하는 단풍정보는 우리지역의 계룡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산의 단풍이 물든 정도를 기상청 홈페이지(http://www.kma.go.kr)에서 단풍 전, 첫 단풍, 단풍 절정별로 현황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단풍은 자연현상으로 볼 때 식물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작업이다.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에 초록색 엽록소가 파괴돼 엽록소에 의해 가려져 있던 색소들이 나타나거나, 잎이 시들면서 잎 속에 있던 물질들이 그때까지 잎 속에 없던 색소로 바뀌기 때문에 일어난다.
단풍은 보통 하루 평균기온이 15℃(최저기온 7℃)일 때부터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설악산·오대산에서 시작해서 하루에 약 25㎞씩 남쪽으로 내려오며 산에서는 약 40m씩 산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설악산과 오대산의 높은 지대에서 9월 하순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10월 상순에는 치악산과 소백산, 중순에는 중부의 속리산·월악산·계룡산·주왕산과 남부의 지리산 높은 곳, 하순에는 중부의 북한산과 남부의 내장산, 가야산, 지리산의 낮은 곳으로 이어진다.
11월 상순에는 남해안 지방의 두륜산과 한라산까지 단풍이 들게 된다. 내륙지방은 바닷가에 가까운 지방보다 10일 정도 빨리 물이 든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나서 약 보름이 지나면 절정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아름답기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는데, 전라북도 내장산과 강원도 설악산이 특히 유명하다. 우리 지역에서는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고 해 봄철에는 마곡사의 신록, 가을철에는 갑사의 단풍을 제일 풍광으로 여긴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해의 단풍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갑자기 추워지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린다. 하지만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천천히 내려가는 해에는 매우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
단풍은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일부 상록수의 잎도 단풍이 든다. 이러한 나무들로는 새로 나온 잎이 붉은색을 띠다가 초록색으로 바뀌는 후피향나무, 가을에 붉게 물드는 남천 등이 있다. 또한, 단풍나무의 한 종류인 홍단풍은 잎이 처음 나올 때부터 붉게 나와 한 해 내내 붉은색을 띠고 있다가 떨어진다. 그러나 소나무와 같은 잎이 뾰족한 침엽수, 사철나무와 같은 상록활엽수는 단풍이 들지 않는다. 단풍이 아름다운 산을 보면 산림 중 많은 곳이 침엽수나 상록활엽수보다 산 정상 부근은 단풍을 곱게 물들이는 낙엽 활엽수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난 60년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난대성 상록활엽수의 북방한계선이 대청도~변산~영암~죽도를 잇는 선에서 백령도~청양~정읍~포항을 잇는 선까지 14~74㎞가량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된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식물종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조사대상 상록활엽수 48종이 모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과거보다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우리 지역에서는 높은 산 정상부근을 제외하고 단풍구경을 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고자 우리 모두 뜻을 모아 절실하게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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