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중인 국외영주권을 지닌 장병들이 군 복무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
병역문제가 나올때마다 항상 고위공직자 자녀의 병역이행이 도마위에 오르며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병역면제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당당하게 군에 자원입대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외영주권자. 올해도 모두 153명이 육군훈련소에 입대했고 마지막 기수인 36명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창립 61주년을 앞둔 육군훈련소를 찾아 이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지난 26일 논산 육군훈련소 29연대 내 강당에서 만난 36명의 국외영주권자들은 군기가 바짝든 모습이었다. 입소 2주차로 여전히 짧은 머리가 어색하고 집단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지만 이들의 눈빛은 자긍심으로 가득했다.
과테말라ㆍ도미니카 등 16개국에서 모인 36명은 고국에 돌아와 자원입대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이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강대은(25ㆍ미국) 훈련병. 그는 사회생활을 앞두고 정체성 혼란에 군 입대를 결정했다. 그는 “중학교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내 조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9년간 과테말라에서 살아 온 이성일(21) 훈련병도 각오는 마찬가지다. 이 훈련병은 부모님의 만류에도 병무청에 자원입대했다. 이 훈련병은 자원입대 이유에 대해 “'한국 사나이'가 되기 위해서다. 군대에서 한계를 체험해야 남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국인 한국에서 군 생활을 통해 한국남아로 인정받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훈련병들은 짧게는 7년. 길게는 20여년 가까이를 외국에서 생활하다 군대에 들어오며 문화적 이질감으로 적응에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고히하며 힘든 군 생활을 이겨내고 있다.
민제식(22)ㆍ성식(21) 형제는 “한국인이면 다 가는 군대라는 말에 우리도 한국인으로 당연히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브라질에 계신 부모님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형제가 같이 자원 입대했다”며 입대이유를 설명했다.
36명의 국외영주권 훈련병들은 언어가 서투르지만 같이 동거동락하며 전우애로 힘든 환경을 견뎌내고 있다.
신성호(33ㆍ미국) 훈련병은 “이해하기 힘든 설명, 문화적 차이에서 겪는 어려움를 서로가 형제처럼 도와가며 이겨내고 있다”며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군 복무를 잘 헤쳐갈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육군훈련소에는 국외영주권자 자진입대는 2007년부터 시작돼 올해까지 10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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