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교수 |
하루에 단 한 대뿐이지만, 우리나라 교통의 중심지라는 대전을 거치지 않는다는 건 의외의 사실이다.
최종인 한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얘기를 전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조찬회의를 마치고, 대전에서 예정된 회의에 참석하려다, 하루에 한 대뿐인 이 기차를 탔다가 낭패를 봤단다.
최 교수는 “앞으로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의 중심지로서 대전의 역할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대전의 위상=왜 그럴까. 대전을 둘러싼 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지금까지 대전하면 생각났던, 과거에 당연시됐던 사실들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자리 잡으면 오송역이 영ㆍ호남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된다. 대전역에서 열리던 각종 회의도 오송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대전이 교통의 중심지라는 위상을 지키고 있는 만큼 수많은 회의가 대전역에서 열리지만, 변화가 멀지 않았단다.
최 교수는 “오송역 주변에 회의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 잘 될 것”이라며 “대전이 자랑하는 교통의 중심지라는 표현도 이제 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중심도시로서 대전의 위상을 위해선 신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네 가지를 강조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벤처기업,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그리고 세종시다.
#새로운 대전을 말하다=대전이 현재 가진 최대의 무기는 바로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벤처기업이다.
우선, 전 세계에 내놔도 결코 뒤지지 않는 대덕특구다. 특구에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다. 30년간 30조원 이상이 투입된 대덕특구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원자력연구원 등 30개의 출연연구기관이 있다. 없는 기술이 없을 정도다. 42개에 달하는 대기업 부설연구소도 있다.
과학기술의 도시라는 대전의 브랜드도 바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총집결한 대덕특구 덕분이다.
두 번째는 벤처기업이다.
대전이 가장 취약한 건 바로 대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현대전자가 대덕테크노밸리에 들어오려 했다가 외환위기로 무산된 후 대기업은 대전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빈자리는 벤처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대전에서 코스닥에 간 기업들의 매출이 2조원을 넘었다. 6개의 1000억 굵직한 벤처기업과 원대한 꿈을 실현 중인 1179개에 달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최 교수는 “벤처기업들이 대덕특구와 함께 신기술 벤처도시라는 가치를 전 세계에 만들 것”이라며 “또한,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후배 기업인들을 위한 지원을 통해 국내최고의 혁신생태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미래 무기를 장착하다=한국 대 일본 전적인 0대 15인 분야가 있다. 바로 노벨과학상이다. 축구에서는 1대 0으로만 패해도 난리인데, 과학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 일본에 완패했단다.
최 교수는 “기초과학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상황이 달라진단다.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의 힘 때문이다.
대전 과학벨트가 들어선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연구원(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이 대전에 만들어졌다. IBS 연구단 하나에는 100여명의 세계적인 과학자가 모인다. 이런 연구단이 50~100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우수한 곳에, 인재가 모여,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을 위한 '꿈의 연구소'다.
최 교수는 “가장 취약했던 기초과학의 꽃을 대전에서 피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역시 대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환경이다. 대전은 세종시의 배후도시뿐만 아니라 협력 도시로서 종합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다. 30만 인구의 행정도시가 완성되면 대전과 세종, 그리고 인근의 오송 등을 포함해 300만~400만명의 거대 도시권이 탄생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대전의 미래는 네 가지의 큰 기둥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전을 위해 대전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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