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의 눈] 내 입엔 역시 고향 스타일

●객원기자 단상

난생 처음으로 술을 배운 것은 제 나이 불과 열 일곱 살 때였습니다.

당시는 지금과는 달리 고향 천안까지를 휩쓴 소주 브랜드로 학 세 마리가 선명한 '삼학소주'라는 게 있었지요. 그야말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마셔본 그 소주는 반 병을 채 마시기도 전에 제게 '만취'라는 몽롱한 기분을 안기며 아예 쓰러지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이후 징집영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죽마고우와 함께 공사현장에 나가 막노동을 했습니다.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에야 겨우 끝나서 받는 일당 5000원은 매우 소중했지요. 그렇게 받은 일당에서 1000 원씩을 모아 선술집에 가 소주를 두부와 김치로 안주 삼아 마셨던 추억이 있습니다. 술이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급속도로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에는 대전에서 열린 '2012 대전 국제 푸드 & 와인 페스티벌'에 가 봤습니다. 와인 글라스(3000원)를 하나만 사면 무료로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소문에 인파가 구름처럼 모였더군요.

그런데 와인은 가격이 실로 천차만별이라 싼 건 한 병에 1만 원으로도 살 수 있지만 비싼 건 실로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가까지 형성하고 있답니다. 따라서 저처럼 가난한 서민으로선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가 바로 와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하여간 기왕지사 구경을 간 김에 평소 고급술의 대명사로 꼽는 '한산소곡주'를 한 병 샀습니다.

또한 그 많고 넘치는 술중에서도 제 눈길과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던 건 '금산인삼주'와 논산의 '가야곡왕주', 그리고 청양 '운송구기자주'에 이어 천안의 '연미주'와 '입장탁주', 또한 당진의 '신평양조장 막걸리' 등 고향산 술들이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사람은 고향사람이 좋듯 제 입엔 역시 우리 충남산 술들이 제일 입에 맞는 때문임은 구태여 사족이라 하겠지요?

홍경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