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장 충남도의회 의원 |
우리는 오랫동안 지방자치를 논하면서도 지나치게 관치적이고 획일적이며, 집권적인 이념에 함몰되어 소중한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5·16군사쿠데타 이후 읍과 면이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이는 지역사회에 '우리의식(we-feeling)'이 성장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작은 공동체가 효율적이라는 원리에 역행했던 것이다.
지역 공동체인 주민자치 제도는 국민의 정부부터 시작되었으나, 왜곡되고 변형된 주민자치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기대했던 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발족은 지방행정체제를 3단계로 개편하기 위해 읍·면·동사무소 기능을 축소해 자치센터로 전환한 사업으로, 읍·면·동의 사무 중 도로, 교통, 건축 등의 광역적 사무를 상급관청(시·군·구)으로 이관하는 대신 주민의 행정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민원, 복지, 정보 등 서비스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평생교육 차원의 프로그램에 그치는 실정이고,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주민자치위원도 행정관청 주도로 위촉하고 구성함으로써 주민자치가 아닌 관청 자치의 형태로 전락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 스스로 동네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주민자치로서의 기능이 거의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참여의 주인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공동체로서 주민자치는 꼭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이에 발맞춰 충남도에서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생활자치 구현을 위해 '충남형 주민자치' 실행계획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함께하는 행복한 동네자치 구현'을 비전으로, 주민참여 보장 등 3대 목표를 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해 주민자치 아카데미 운영 등 5대 역점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필자는 평소 지방분권은 동네분권으로 이어져야하고 주민자치는 동네자치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신념과 함께 지방자치는 궁극적으로 주민자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충남형 주민자치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우리나라의 주민자치 모델로 발전되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를 위해 읍·면·동을 주민자치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해 읍·면·동의 민주적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읍·면·동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한 주민자치 리더 육성, 소외된 주민의 참여유도,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주인의식 함양, 은퇴노인과 청소년의 참여기회가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동네주민 간 대화와 동네 공론장을 촉진하는 의사소통 채널을 다양화하고 통리장과 주민자치 위원과의 위상 정립도 필요하다.
끝으로, 주민들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하고 교육을 통한 민주적 자질(Democratic Competence)을 함양해야만 진정한 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
앞으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 행정관청은 보조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진정한 지역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충남형 주민자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하고 모범적인 주민자치센터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