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사)한국전통시장학회장,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8.8%(2010년기준)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4위이고, OECD 평균(15.9%)의 두 배에 가깝다. 자영업 비중이 한국보다 더 높은 나라는 터키(39.1%), 그리스(35.5%), 멕시코(34.3%)뿐이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자영업 비중이 20%를 넘는 반면 미국(7.0%), 독일(11.1%), 일본(12.3%)은 의외로 낮다. 이런저런 이유로 퇴직 연령이 빨라지면서 놀기엔 너무나 젊은 퇴직자들이 은퇴후 너도나도 생계형 창업에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을수록 1인당 소득이 낮다. 자영업이 많다는 것은 미성숙 경제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전국의 5인 미만 개인사업체의 절반이 연간 매출 5000만 원 미만의 영세업체며 평균소득은 27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는 '빈곤'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의 열악한 현실을 잘 말해준다. 2700만원에는 부인이나 가족 등 무급가족종사자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이렇게 적은 것은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도 있지만 베이비붐시대의 은퇴자들이 아이디어 창업보다는 너도나도 생계형창업을 해 과당경쟁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50~60대의 자영업 창업은 생계형창업으로 퇴직자들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소상공인진흥원에 의하면 창업 후 1년 안에 16.7%가 폐업하고 창업 3년 후 생존율도 53.4%로 절반을 겨우 넘기고 있다고 한다. 지난 18일 국세청이 집계 발표한 '2011년 개인사업자 폐업 현황'에 의하면 2011년에 폐업한 자영업자는 82만9669명. 이는 2010년의 80만 5066명보다 2만4000여명(3%)이나 많은 숫자로, 전체 개인사업자 519만5918명 가운데 16%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주위의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고통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무섭게 느껴진다.
이런 가운데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을 슬슬 파고든 일본계SSM 때문에 전국이 긴장하고 있다. 트라박스와 바로다. 트라박스는 2005년부터 '1000㎡ 이하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싼값으로 파는 전략'으로 국내 골목상권을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 트라박스가 직접 운영하는 점포는 경남 함안점, 전남 광양점 등 10여곳으로 늘어났다. 또다른 일본계 점포인 '바로'도 올해 5월 부산 강서구 명지동과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점포를 열었다. 2017년까지 국내에 20곳을 열 참이다. 이들 업체는 모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품을 대량 구매해 시중가격보다 싸게 판다고 한다.
이 시기에 대형마트·SSM 등을 대표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 이마트 사장·롯데마트 사장 등은 지식경제부장관 주재로 영세상인을 대표하는 전국상인연합회 회장·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 등과 만나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칭)'를 발족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전통시장과 영세자영업자보호를 위해 3년간 출점을 중단하고 매달 두차례 휴무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정말 박수칠만한 일이다. 상생의 입장에 서서 논의해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이 살도록 배려해야 한다.
한 자영업자 친구가 카카오톡에서 회자되고 있는 중산층별곡의 내용을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은 중산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하며 한탄한다. 중산층별곡에서의 중산층이란 30평대 아파트, 월급 500만 원, 자동차 2000cc, 예금 잔액 1억 원, 해외여행 매년 1회가 돼야 중산층이라고 한단다. 이런 수치로 보면 중산층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 불황이 계속되다보니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대선후보들은 골목상인들과 자영업을 살리는 획기적인 정책을 세워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세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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