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늘어나는 자영업자와 한숨쉬는 골목상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덕훈]늘어나는 자영업자와 한숨쉬는 골목상권

[논단]이덕훈 (사)한국전통시장학회장,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2-10-25 13:57
  • 신문게재 2012-10-26 20면
  • 이덕훈 (사)한국전통시장학회장이덕훈 (사)한국전통시장학회장
▲ 이덕훈 (사)한국전통시장학회장,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이덕훈 (사)한국전통시장학회장,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요즈음 부쩍 중·고교 동창이나 대학 동창들이 개업을 한다는 초청장이 온다. 명퇴를 해 부인과 같이 커피전문집이나 편의점을 한다는 소식이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전문가의 입장으로서는 왠지 불안하다. 어떤 경우에는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개업식 3개월만에 찾아보니 이미 폐업한 경우도 있어 우리를 더 놀라게 한다. 전국의 마을마다 프랜차이징 빵집과 커피전문집이 증가하면서 빵집공화국이니 커피공화국이니 하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8.8%(2010년기준)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4위이고, OECD 평균(15.9%)의 두 배에 가깝다. 자영업 비중이 한국보다 더 높은 나라는 터키(39.1%), 그리스(35.5%), 멕시코(34.3%)뿐이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자영업 비중이 20%를 넘는 반면 미국(7.0%), 독일(11.1%), 일본(12.3%)은 의외로 낮다. 이런저런 이유로 퇴직 연령이 빨라지면서 놀기엔 너무나 젊은 퇴직자들이 은퇴후 너도나도 생계형 창업에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을수록 1인당 소득이 낮다. 자영업이 많다는 것은 미성숙 경제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전국의 5인 미만 개인사업체의 절반이 연간 매출 5000만 원 미만의 영세업체며 평균소득은 27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는 '빈곤'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의 열악한 현실을 잘 말해준다. 2700만원에는 부인이나 가족 등 무급가족종사자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이렇게 적은 것은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도 있지만 베이비붐시대의 은퇴자들이 아이디어 창업보다는 너도나도 생계형창업을 해 과당경쟁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50~60대의 자영업 창업은 생계형창업으로 퇴직자들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소상공인진흥원에 의하면 창업 후 1년 안에 16.7%가 폐업하고 창업 3년 후 생존율도 53.4%로 절반을 겨우 넘기고 있다고 한다. 지난 18일 국세청이 집계 발표한 '2011년 개인사업자 폐업 현황'에 의하면 2011년에 폐업한 자영업자는 82만9669명. 이는 2010년의 80만 5066명보다 2만4000여명(3%)이나 많은 숫자로, 전체 개인사업자 519만5918명 가운데 16%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주위의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고통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무섭게 느껴진다.

이런 가운데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을 슬슬 파고든 일본계SSM 때문에 전국이 긴장하고 있다. 트라박스와 바로다. 트라박스는 2005년부터 '1000㎡ 이하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싼값으로 파는 전략'으로 국내 골목상권을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 트라박스가 직접 운영하는 점포는 경남 함안점, 전남 광양점 등 10여곳으로 늘어났다. 또다른 일본계 점포인 '바로'도 올해 5월 부산 강서구 명지동과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점포를 열었다. 2017년까지 국내에 20곳을 열 참이다. 이들 업체는 모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품을 대량 구매해 시중가격보다 싸게 판다고 한다.

이 시기에 대형마트·SSM 등을 대표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 이마트 사장·롯데마트 사장 등은 지식경제부장관 주재로 영세상인을 대표하는 전국상인연합회 회장·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 등과 만나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칭)'를 발족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전통시장과 영세자영업자보호를 위해 3년간 출점을 중단하고 매달 두차례 휴무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정말 박수칠만한 일이다. 상생의 입장에 서서 논의해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이 살도록 배려해야 한다.

한 자영업자 친구가 카카오톡에서 회자되고 있는 중산층별곡의 내용을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은 중산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하며 한탄한다. 중산층별곡에서의 중산층이란 30평대 아파트, 월급 500만 원, 자동차 2000cc, 예금 잔액 1억 원, 해외여행 매년 1회가 돼야 중산층이라고 한단다. 이런 수치로 보면 중산층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 불황이 계속되다보니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대선후보들은 골목상인들과 자영업을 살리는 획기적인 정책을 세워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세워주길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