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동 연출가 |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오페라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장수동 연출가가 이번에는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자체제작 오페라 '리골레토'의 연출을 맡았다. 애틋한 부성애와 헌신적 이성애를 다룬 베르디의 불후의 명작 오페라 리골레토의 공연은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베르디의 17번째 작품인 리골레토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예술적 절정을 이룬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리골레토의 음악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시대를 앞선 것으로 아리아 '여자의 마음'과 남성 합창은 특히 유명하다. 이 공연의 오케스트라는 대전을 대표하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맡아 음악적인 앙상블을 높였다.
장 연출가는 “음악적 앙상블을 통해 베르디와 만날 수 있으며, 오페라의 오리지날 리티를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출가는 원작을 현대식으로 해석하기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관객이 즐기기 편한 작업을 하는 연출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원작을 어떻게 바꿔 대전 관객에게 보여줄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16세기 말의 시대적 상황을 현시대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며 “대전에서의 방향 등을 유념해 보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에 없는 광대놀이 극의 등장이나 두카를 비롯한 세속의 사내들에 의해 버림받고 자결한 몬테로네의 딸이 유령으로 나타나 무대를 지배하는 장면 등은 어느 공연에서도 보지 못한 충격적인 장면으로 관객에게 선보여진다.
또한 극중 리골레토가 파멸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고 거대한 집단과 폭력 앞에서 무너지는 한 개인을 볼 수 있다는 게 관전 포인트다. 그가 말하는 예당의 자체제작 작품 '리골레토'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이 지역 뛰어난 연주자들을 발굴하고 함께 상생함을 통해 뛰어난 작품으로 완성됐음을 얘기한다.
장 연출가는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서울이라는 블랙홀에 집중되는 현상에 대응해 균형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지역 극장이 직접 자체제작을 한다는데는 큰 의미가 있다”며 “대전을 중심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기엔 정말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장에서 직접제작하는 오페라는 오랜 연습과정과 작품의 집중도를 높여 작품 완성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아시아의 큰 클래식 음악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 오페라의 한류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매문의 1588-8440.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C석 1만원.
16세기 프랑스 왕이었던 프랑수아 1세와 그의 궁정 광대였던 트리불레를 주인공으로 삼아 권력자의 부도덕성과 횡포를 고발한 원작 드라마 '왕의 환락'은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희곡이었다. '왕의 환락'을 각색한 대본으로 작곡 1851년 3월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된다. 이 작품은 군주와 귀족들이 벌 받을 위험 없이 온갖 방탕하고 못된 짓을 저지르는 신분사회 시스템에 대한 도발적인 비판이다.
만토바 공작의 궁정 광대인 리골레토는 젊은 공작의 호색적인 성격을 부추겨 궁정귀족들의 부인이나 딸을 농락하게 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숨겨두고 곱게 기르던 자신의 딸마저 공작의 유혹에 겁탈당하자 분노한 그는 자객을 시켜 공작을 죽이려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리골레토의 딸 질다는 사랑하는 공작을 살리기 위해 자객의 칼에 대신 뛰어들고 리골레토는 자루에 든 공작의 시신을 강에 버리려다가 그것이 공작이 아닌 자기 딸임을 알게된다. 농락당한 딸의 명예를 위해 싸우다 리골레토에게 조롱을 당한 귀족이 그에게 퍼부은 저주가 실현된 것이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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