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問)은 문 문(門)에 입 구(口)를 넣은 글자로서, 대문을 열고, 모르는 것을 묻는다해 '묻다', '방문'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초나라의 장왕이 오랑캐를 토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나라 근처에 주둔했다. 주나라의 태도 여하에 따라 공격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 이에 놀란 주나라 정왕은 왕손만을 보내 장왕의 노고를 위로 하고자 했다.
이때 장왕은 주나라에 있는 구정(九鼎)의 무게에 대해 물었다(問鼎輕重). 구정은 하나라 때 주조된 큰 솥으로 천자가 계승하며, 은나라를 거쳐 주나라까지 이어졌다. 그는 천자의 지위에 오르고 싶다는 속셈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왕손만은 “지금은 솥의 무게를 물을 것이 아니라 덕을 논할 때입니다. 하나라와 은나라의 덕이 쇠퇴하자 솥은 주나라로 옮겨갔습니다. 지금까지 주나라가 솥을 이어온 것은 그 덕이 비록 쇠퇴했으나 아직 천명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하고 대답했다. 장왕은 무력으로 주나라를 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군대를 철수 시켰다. 이때부터 문정경중은 '남의 것을 탐내거나, 남의 실력을 의심한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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