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대덕대 총장 |
그런가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 발 경제위기에서부터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감당하기 어려울 격랑과 폭풍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 예고되어 있는데 국정감사현장 노트북 화면에는 감사와 무관한 검색 내용을 버젓이 떠 올려놓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하나 둘이 아닌 듯 마음은 온통 콩밭에 가 있다. 이런 가운데 가짜 신분증에 휘발유가 든 생수병을 들고 정부청사 7층에서 18층까지 휘젓고 다니다 못해 불을 지르고, 휴전선 철책을 넘어 이 막사 저 막사 문을 두드리는 귀순병이 나타났다. 어안이 벙벙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평소 “내가 프로다”, “국가대표다”라고 하던 이들이 어느 날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질 하면서 내가 감독을 하겠다고 하는 아마추어가 나타나 별 짓을 다해도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프로들이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권력 다툼도 모자라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요, 걸핏하면 변명하고 가르치려 들었으니 자초한 자화상이다. 식상한 관중들이 그에게 박수 치니 눈치까지 살피느라 더 정신없어 보인다. 누가 누구를 탓하고 누구에게 호통 치며 따르라고 하는가.
그런 가운데 후보들은 하루가 다르게 상대와 장소를 바꾸어 가면서 '대통합' '사람이 먼저' '혁신경제'를 외친다.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은 고사하고 공허한 메아리만 더 크게 들린다. 각각 '경제민주화'의 전도사임을 자처하지만 재벌들을 손봐야한다는 매도 수준인 것 같아 씁쓸하기는 매 한가지이고, 북한문제도 유화적인 태도로 어정쩡하게 보인다. 불안하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 정치·사회적인 다른 이슈들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헷갈리고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각각 정체성에 따라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그에 따른 정책과 비전이 확연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마음 정하고 희망을 이야기 할 것 아닌가. 도토리 키 재기로 보이면 안 된다. 행여 표 떨어지는 소리가 날지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믿음이 간다. 지키지도 못할 일 표 얻어 재미보고 실망시킨 일이 어디 하나 둘이던가. 평소의 언행, 걸어온 길을 보면 저건 아니다 싶은데도 오직 표를 위해 비위에 거슬리지 않으려고 애매모호한 말로 치장하기 일쑤다. 달콤한 이야기에 세력 확산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고 변할 수 없는 가치에 관심을 두고 앞날의 방향을 고민하는 것에서 창조적 역사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를리 없음에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여론의 향배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워 오로지 표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공통점이 있으니 차별화된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상대의 약점이다 싶으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따져보기도 전에 폭로부터 하고 하이에나처럼 대들어 물고 뜯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서 “내가 최고”라고 최면을 건다. 관전자는 마치 신호등도 보이지 않는 안개 낀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시대적인 과제라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한 방법, 예산 확보 등 구체적인 계획으로 차별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자유와 경쟁 그리고 평등과 분배 중 비중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서 부터 복지의 재원, 양질의 일자리, 자립하는 중산층 육성, 재벌 개혁 등에서 우선 가치가 무엇이고 그 가치들을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실현시킬 것인가를 알기 쉽게 밝혀 달라는 것이다.
남북문제도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전제로 긴장의 주 원인 제공자가 누구이며, 핵개발에 대한 문제, 금강산·천안함·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건 재발방지를 위하여 확실한 입장과 태도를 밝혀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자유를 확고하게 지키고 확산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평화와 협력은 그 다음이다. 나아가 북한이 서해 5도에 포격을 하고, 일본이 독도에, 중국이 이어도 근처에 군함을 파견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정치개혁과 쇄신에 대한 로드맵·매뉴얼도 꼭 밝혀야 한다.
결코 표만 보고 좇을 일이 아니다. 하늘은 국민들의 마음을 읽어 진정성 있게 행하려 하는 사람에게 대임을 맡길 것이다. 그래도 5년 전 이맘때는 막연하지만 '경제 하나만큼은 제대로 살려주고, 안보 문제로 속상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겠지' 하고 희망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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