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주 담쟁이시민학교 교장,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
그것은 바로 노래 제목은 '강남 스타일'이지만 그 자신은 '담쟁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담쟁이는 바위에도, 나무에도, 담벼락에도, 콘크리트에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이다. 흙 내음 한 번 실컷 맛보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척박한 토양과 공해를 원망하지 않으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담쟁이덩굴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용기를 얻는다.
세상에는 칭송을 받아야 할 이 '담쟁이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손주가 다섯이나 되는 할머니가 오늘은 엄마가 그리워 편지를 씁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여름이 언제가나 했더니 이제 추워지는 것을 보면 세월은 잠도 안자고 방학도 휴일도 휴가도 없나 봅니다. 내 나이 벌써 일흔아홉이니 엄마는 이제 백일곱이시겠네요. 엄마! 어려운 집안 살림에 갖은고생 하시며 우리 일곱 남매 잘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학교를 못 다녀, 글 모르는 까막눈, 글을 보고도 못 읽는 눈 뜬 장님이라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제가 자식을 키우다 보니 오죽했으면 그러셨을까 하고 이해가 됩니다. 저는 요즘 '담쟁이시민학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학교는 문턱에도 못 가본 제가 늦게나마 야간학교를 다니며 한글을 배워 지난 10월에는 '실버 한글 받아쓰기 골든벨'에서 상도 받았답니다. 오늘은 엄마한테 생전처음 내손으로 편지를 써보는 기쁨과, 설렘, 보람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글 모르는 것이 창피해서 기가 죽었었는데 이제는 그 무엇이든지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할 수도 있답니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이 이제 시작했으니 더욱 열심히 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가서 대학교 졸업식의 상징인 사각 모자를 이 넷째 딸이 엄마 산소에 꼭 놓아 드리겠습니다. 엄마! 오랜만에 엄마 이름 크게 한번 불러 봅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담쟁이시민학교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학교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다. '담쟁이시민학교'를 통해 난생처음 학교라는 곳에서 배움의 기회를 갖고, 서로서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항상 기뻐하고, 겸허하며,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담쟁이시민학교' 어르신들, 그 분들 덕에 풍족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 어르신들이 문자해득의 작은 꿈을 실현하는데 디딤돌이 되어 드려야 되지 않을까.
혜민스님은 말한다. “사랑은 같이 있어주는 것.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사랑하는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없는 것.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 그를 지켜봐주는 것.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지요. 이럴 때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리트머스지와 같은 질문이 있습니다. 내 것을 마구 퍼주어도 아깝지 않습니까? 하나도 아깝지 않으면 사랑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