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주]담쟁이 스타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덕주]담쟁이 스타일

[NGO소리]김덕주 담쟁이시민학교 교장,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 승인 2012-10-24 13:54
  • 신문게재 2012-10-25 20면
  • 김덕주 담쟁이시민학교 교장김덕주 담쟁이시민학교 교장
▲ 김덕주 담쟁이시민학교 교장,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 김덕주 담쟁이시민학교 교장, 전 대전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요사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세다. 그의 노래와 말춤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얼짱도 아니고 몸짱도 아니지만 그만의 개성과 독특함을 활용하여 당당함을 보여 주고 있다. 연예인으로 인기를 누릴 외적인 조건은 뛰어나지 않지만 그는 거기에 기죽지 않고 그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과 뚜렷한 개성을 맘껏 발휘하여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노래 제목은 '강남 스타일'이지만 그 자신은 '담쟁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담쟁이는 바위에도, 나무에도, 담벼락에도, 콘크리트에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이다. 흙 내음 한 번 실컷 맛보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척박한 토양과 공해를 원망하지 않으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담쟁이덩굴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용기를 얻는다.

세상에는 칭송을 받아야 할 이 '담쟁이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손주가 다섯이나 되는 할머니가 오늘은 엄마가 그리워 편지를 씁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여름이 언제가나 했더니 이제 추워지는 것을 보면 세월은 잠도 안자고 방학도 휴일도 휴가도 없나 봅니다. 내 나이 벌써 일흔아홉이니 엄마는 이제 백일곱이시겠네요. 엄마! 어려운 집안 살림에 갖은고생 하시며 우리 일곱 남매 잘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학교를 못 다녀, 글 모르는 까막눈, 글을 보고도 못 읽는 눈 뜬 장님이라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제가 자식을 키우다 보니 오죽했으면 그러셨을까 하고 이해가 됩니다. 저는 요즘 '담쟁이시민학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학교는 문턱에도 못 가본 제가 늦게나마 야간학교를 다니며 한글을 배워 지난 10월에는 '실버 한글 받아쓰기 골든벨'에서 상도 받았답니다. 오늘은 엄마한테 생전처음 내손으로 편지를 써보는 기쁨과, 설렘, 보람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글 모르는 것이 창피해서 기가 죽었었는데 이제는 그 무엇이든지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할 수도 있답니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이 이제 시작했으니 더욱 열심히 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가서 대학교 졸업식의 상징인 사각 모자를 이 넷째 딸이 엄마 산소에 꼭 놓아 드리겠습니다. 엄마! 오랜만에 엄마 이름 크게 한번 불러 봅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담쟁이시민학교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 학교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다. '담쟁이시민학교'를 통해 난생처음 학교라는 곳에서 배움의 기회를 갖고, 서로서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항상 기뻐하고, 겸허하며,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담쟁이시민학교' 어르신들, 그 분들 덕에 풍족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 어르신들이 문자해득의 작은 꿈을 실현하는데 디딤돌이 되어 드려야 되지 않을까.

혜민스님은 말한다. “사랑은 같이 있어주는 것.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사랑하는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없는 것.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 그를 지켜봐주는 것.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지요. 이럴 때 사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리트머스지와 같은 질문이 있습니다. 내 것을 마구 퍼주어도 아깝지 않습니까? 하나도 아깝지 않으면 사랑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