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벽돌로 쌓아 지은 토담집이나 기둥을 세우고 벽체를 만들어 지은 집들이나 모두가 진흙을 활용하여 단열효과를 높이려고 하였다. 지금은 단열을 위한 첨단소재들이 많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갈대나 나뭇가지, 대나무, 볏짚이나 보리 또는 밀짚 등을 활용하였다.
흙벽돌을 만들 때도 볏짚이나 밀짚·보리짚을 잘게 썰어서 진흙과 반죽하여 일정한 틀에 넣고 발로 밟아 찍어 내어 말려서 썼다. 잘게 썬 짚들을 비짐이라고 하였는데 그 사이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하여 단열효과를 발휘하였다. 갈대나 나뭇가지, 대나무 등을 엮어서 벽체를 만든 집은 소위 “뼈집”이라고 불렸는데 그 벽체를 매끈하게 마감할 때도 진흙과 비짐을 잘 반죽하여 안팎으로 발라 마감하였다. 이렇게 마감하는 일을 “흙맥질”이라고 하였다.
흙맥질은 주로 고운 비나 헝겊 등을 가지고 했는데, 풍부한 경험의 산물이었다. 지금이야 많은 소재들이 있고, 쓰는 곳에 따라 여러 가지 연장들도 있지만 말이다. 특히, 부뚜막은 시멘트라고 하는 신소재가 쓰이기 전에는 고운 진흙이나 뻘흙으로 정교하게 흙맥질을 하였다. 음식을 장만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일반 벽체를 매끈하게 마무리하는 흙맥질보다 훨씬 정성들여 흙맥질을 하고 관리하였다.
비가 많이 와서 습윤한 여름철을 지내고 나면 벽체의 여러 곳이 떨어지거나 갈라지곤 하였다. 이러한 벽체를 더 추워지기 전에 정교한 흙맥질로 보수하여 단열효과를 높여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오늘 하루쯤 흙맥질된 따뜻한 부뚜막에 누워 졸고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우리 선조들의 에너지 활용 슬기를 되새겨 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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