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그콘서트'에서 첫 선을 보인 '좀도둑들'은 영화 '도둑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인 팹시, 예니콜, 뽀빠이, 마카오 박을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도둑들끼리의 신경전도 코믹하게 그려냈다.
'멘붕스쿨'에서 개그맨 김재욱이 연기하는 '납뜩이' 역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다.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의상과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납뜩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납뜩이 안가요, 납뜩이”라는 유행어까지 선보였다.
여기에 각 코너에서 일회적으로 영화 캐릭터나 내용을 패러디하는 것을 더하면 '개그콘서트' 속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21일 방송에도 '거지의 품격'에서 개그맨 허경환과 닮은 배우 박해진이 게스트로 출연해 '도플 거지'를 연출했다. 이는 영화 '광해'가 떠오르는 설정이다. 이처럼 '개그콘서트'에서 영화 패러디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영화가 대중문화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는 것과 관련 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영화 산업은 '신(新)르네상스'를 맞았다고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둑들', '광해' 등 한국 영화사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한 해에 두 편이나 등장했다. 300만~400만 관객을 동원한 '중박' 영화들도 꾸준히 등장하면서 1억 관객 시대가 도래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대중문화의 트렌드가 '개그콘서트'에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최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만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 패러디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평론가 박우성 씨는 “성공한 캐릭터를 가져와 패러디 하는 것은 대중에게 검증된 친근한 코드인 만큼 안정적으로 코미디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개그콘서트'에서 영화를 패러디 한 코너가 여러 개 등장한 것은 최근 대중문화를 접수한 것이 영화이고, 워낙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에 나타난 현상이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패러디와 창의적인 재생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곽영진 씨는 “이런 식으로 패러디가 계속 등장하게 되면 '소재의 빈곤' 우려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창의적인 각색이 없는 패러디의 경우 “재탕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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