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법무·행정대학원 원장 |
그렇다면 좋은 정책이란 무엇일까? 쉽지 않은 자문이지만, 필자 생각엔 현재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개발도 복지도 아닌 시스템의 변화를 통한 안정된 대한민국의 건설이 아닌가 싶다.
첫째, 정치제도발전과 관련하여,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특성을 반영한 5년 단임제도는 정치안정에는 일정부분 공헌은 했지만, 어느 정부나 예외 없이 정권출범 2~3년 후부터 찾아오는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져 이미 생명을 다했다고 판단된다. 또한, 국회 비례대표제의 개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비례대표제는 원래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국회에 모시길 위해 만든 제도인데, 실제 운영되는 것을 보면 정치꾼들의 쉬운 국회등용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많은 비용과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픈 우리의 정치현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본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그 자격조항을 구체화하고 철저히 검증받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행정제도발전과 관련하여, 먼저 정부부처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부의 신설과 과학기술부의 독립, 그리고 중앙인사위원회의 부활 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부는 젊은이들의 취업기회를 확장시켜 줄 것이고, 건강하고 안전한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과학기술부의 독립은 우리국토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국가의 인사행정을 전문적·집중적으로 담당하여 수행하는 중앙인사위원회의 부활은 인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건전하고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의 발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이 핵심이다. 그 중 재정분권은 지방을 살려 국가를 살찌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셋째, 교육제도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공교육의 강화를 통한 창의적이고 인격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 입시정책은 매년 바뀌는데 도대체 사교육은 줄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부담만 증가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번 대선후보들은 공교육 이수만으로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특단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의 평가방식과 반값등록금 문제도 확실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즉, 취업률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는 평가제도, 무언의 정치적 압력으로 반값등록금을 강요하는 정부의 행태, 참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후보들은 교육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재정계획이 담보된 정책으로 국민에게 표를 구해야 한다.
넷째, 복지제도와 관련하여,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들을 살펴보면 복지포퓰리즘에 기반한 '소비성 복지', '퍼주기식 복지'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지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 스스로도 이 점을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국가경제와 국가재정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기에 우리의 경제수준을 냉철히 고려하는 범위 내에서의 복지정책을 매니페스토에 기반해 공약으로 도출하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산업경제분야와 관련하여, 먼저 재벌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핵심은 출자구도나 지배구조를 규제하는 것인데, 이와 더불어 기업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지도 반영돼야 한다. 또한, 지식정보화 시대 산업구조의 다양화를 통한 국가성장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18대 대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흑색선전, 폭로선거, 인신공격, 무대책공약 등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선거구조로는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라도 미래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국가발전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국민화합 방안 등을 제시해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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