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는 불안하다. 본질적으로 네거티브 성격을 지닌 북방한계선(NLL)이나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 정국을 주도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대선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검증을 가장한 상대방 흠집 내기, 의혹 부풀리기 등 구태의연한 선거 풍토가 되풀이돼서는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 운운할 자격이 없다. 벌써부터 이런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어떨지 걱정이 앞선다.
역대 대선은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자금이 오가고 흑색선전, 색깔공세, 지역주의 선동,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어지러웠다. 12·19 대선이 달라지게 하려면 무엇보다 여·야정치권, 출사표를 던진 각 후보의 각성이 절실하다.
오늘의 시대정신이 무엇이며 다음 5년의 국가비전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책 과제는 무엇인지,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긍정의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 주요 테마인 경제민주화와 복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슈 경쟁을 대범하게 펼칠 시점이다. 그것이 NLL이나 정수장학회 같은 네거티브한 정치공방보다 한 차원 수준 높은 포지티브 경쟁이지 않겠는가.
누구든 먼저 정책 제시를 통해 정책선거를 주도해 나간다면 다른 후보들도 곧 뒤따를 것으로 본다. 유권자인 국민들도 유권자의 힘으로 선거 풍토를 바로잡아야 한다. 인터넷이나 SNS에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을 하는 이가 있는지, 편 가르고 줄을 세워 국민을 사분오열시키는 행위는 없는지, 후보의 팬클럽이나 지지단체가 불법모임을 통해 바람몰이를 시도하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준엄하게 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
대선 유력주자들은 국민통합을 내세워 과거의 진흙탕 같은 선거전을 되풀이 않겠다고 수 차례 다짐했다. 그렇다면 주어진 과제는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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