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티없이 맑은 푸른색의 하늘, 온도와 습도가 감각체계가 받아들이기에 최적인 가을 날씨에는 많은 시민이 산과 들로 향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오래 미루어왔던 책 한 권을 최적의 환경에서 읽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마도 터무니없는 환상 내지 생각일 수도 있다. 필자 생각으로는 어릴 때부터 형성되지 못한 읽기 문화가 제아무리 좋은 시설의 도서관을 많이 짓는다 해도 쉽게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도시가 상업적, 유희적 공간으로 가득 찬 모습에서 곳곳에서 쉽게 책을 읽기란 영 쉽지가 않다. 그래도 예전보다 문화카페나 마을도서관 등이 곳곳에 만들어진 것을 보면 많이 나아진 분위기다. 최근 들어서는 지자체에서 마을도서관을 많이 짓고, 지역마다 애정 있는 주민들의 움직임으로 작은 도서관들을 만들어 독서와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휘황찬란한 괴물 같은 상업공간이 도심 곳곳에 더 많이 생긴다면 끔찍할 것 같은데, 우리 도시는 여전히 도심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유사 건물들이 많이 들어설 분위기다.
'과학도시' 대전의 상징인 엑스포공원에 롯데복합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대전의 상징 엑스포에는 많은 연구소뿐만 아니라 유성도서관이라는 훌륭한 독서 공간이 있다. 단순한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많은 사람이 아이들과 소중한 기억을 담아내는 장소이자, 책 읽는 공간, 유사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 간의 소통공간이다. 도서관 기능이 활성화되기 오래전부터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문화공간이자,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거점, 평생학습의 중심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엑스포공원, 연구단지, 게다가 도서관의 존재는 '백북스'와 같은 단체가 생겨나 전국적 지명도를 얻게 해주었다. 그런데 필자와 같이 그곳을 자주 활용한 시민의 경우 엑스포공원에 롯데테마파크가 들어선다면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이 도서관 가는 길이다. 도서관 가서도 바로 앞에서 놀이 기구와 상업적 이미지로 가득찬 요란한 소리에 도서관 가고 오는 길, 게다가 얼마나 모여들지는 모르지만,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올 것이란다. 벌써 머리가 어지럽고, 산만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이곳 도서관을 누가 찾고, 소소한 즐거움과 만남의 장이었던 장소를 이제 어디로 옮겨야 할지 걱정해야 한다.
대전의 상징 장소에 놀이기구, 스케이트장, 관제행사장, 쇼핑시설 등의 공간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 시민들이 잔디밭이나 한적한 카페, 혹은 도서관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겁고, 그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시민들의 상이 아닐까. 도시와 문화를 진정 고민한다면 정책자들은 일상의 시민이 행복한 도시,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도시 대전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다” 라고 말한 빌 게이츠의 말을 되새겨보자. 개개인 시민의 역량, 문화도시, 잠재력 등이 무엇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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