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호 한국무역보험공사 대전·충남지사장 |
이제 더 이상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아시아 최빈국으로 전락했었던, 1960~70년대의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기던, 가난이 죄인 나라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1959년 미국의 경제원조 중단으로 대한민국은 자립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자원 빈국에서 출발해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생존전략을 바탕으로 가발 등 경공업부터 조선,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발전의 초석을 다진 결과 오늘날 교역규모 세계 9위의 경제강국을 이룩했다. 이제 다시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다. 지금 이 사회는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5000년 인류역사가 이룩해놓은 것보다 최근 50년 동안의 기계문명, 과학물질문명의 변화가 더 가파르다. 머뭇거리며 시행착오하기엔 시대조류가 너무도 빠르다.
정치권의 해묵은 반목과 대립, 경제정책의 시행착오, 만연된 행정규제에서 기인한 비효율성에 더 이상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근대 중국사에서 청나라 변법자강운동의 실패는 청조의 몰락과 오랜 침체기를 가져왔으며 조선의 쇄국정책은 식민지배라는 굴욕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준 반면 일본은 (비록 제국주의적 야심 때문에 패망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메이지유신에 성공하면서 자본주의 경제가 도입돼 산업을 육성시키고 군비를 확충해 부국강병을 이룩하는 계기가 됐다. 변화에 순응해 경제강국의 기틀을 마련한 일본에 비하면 시대적 변화에 역행한 중국이나 조선이 그동안 치른 대가는 적지 않았다. 지금 세계경제가 이중침체냐 L자형 장기불황이냐에 대한 경기예측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대외적으로는 5조 달러(추정)에 달하는 헤지펀드의 핫머니게임과 리먼사태, 유럽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또 다른 불씨로 일본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중국 지방정부의 경제위기 등이 향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는 국제경제 위기에 취약한 우리의 경제구조,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실업률 증가, 여기에 더해 국내 총생산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구별 없이 복지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복지포퓰리즘은 향후 재정악화를 초래해 엄청난 경제재앙을 초래하는 악재가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는 누가 새로운 지도자가 되어 경제정책을 세우더라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제까지의 일차적인 성장단계를 뛰어넘어 저성장의 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정책의 선진화 전략과 혁신적인 산업구조 재설계가 필요한 변곡점에 와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더 큰 변화와 도약을 위해서 역동적인 대내외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생태계 환경과 투기 및 악성자본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완충력 있는 금융구조가 조성돼야 한다. 수출강국 코리아의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다시 뛰는 수출 코리아의 수출중소기업의 든든한 동반자로 변화의 중심에서 수출금융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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