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주는 비는 희우(喜雨), 가뭄 끝 단비는 감우(甘雨)가 됐다. 물리적인 속성을 띤 비에 감성과 감정을 이입했다. 때맞춰 내리는 비는 시우(時雨), 호우(好雨), 적우(適雨)이며 음울한 궂은비는 음우(陰雨)가 된다. 고통스러운 비가 고우(苦雨)라면 은혜로운 비를 택우(澤雨)라 한다. 별우(別雨)는 이별의 비다.
'센티'함은 감성이 특별히 잘 세분화된 헤어짐에도 들어간다. '소매 몌' 자를 쓴 몌별(袂別)은 소맷귀 부여잡고 눈물 훔치는 이별이다. 이별에 격이 있다. 웃어른과는 봉별(奉別)이고 존경하는 분과는 배별(拜別)이다. '받들 봉(奉)', '절 배(拜)'에서 뜻이 절로 그려진다.
송별회, 송별연이라는 말은 요즘도 많이 쓴다. 한 묶음 이별도 보내는 쪽에서는 송별(送別)이고, 반대로 떠나는 쪽에는 유별(留別)이다. 고별은 이별을 알린다는 뜻이다. 같은 이별도 결별(訣別)은 안 좋은 일 등으로 관계를 '마주 삭제'하는 행위다.
그런 도청이 홍성·예산 내포신도시로 떠난다. 19일 '대전시민과 석별의 밤' 행사에서 한 시민이 말한 “딸을 키워 시집보낸 듯”하다는 그 섭섭함이 곧 석별이다. 두 단체장은 “큰형님이 떠나는 것 같다”(염홍철 대전시장), “형제같이 지내겠다”(안희정)고 했다. 그냥 이별을 완성하는 작별 의식이 아니었다. 이날 행사 몇 시간 전 충남도청 국정감사에서 “굉장히 정치적”인 행사라며 살짝 비튼 국회의원이 있었다. 도청사 등 미완의 숙제를 못 푼 것, 떠나는 쪽에 잔치를 베풀어 작별하는 전별(餞別)이 안 된 것, 사사롭지만 기자생활 최초의 출입처가 통째로 옮겨가는 것은 못내 아쉽고 서운하다.
대전과 충남은 다시 새로운 차원의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 유구한 세월, 대전은 충남도청으로 인해 뿌리 없이 부유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연말 이사를 앞두고 미리 애틋함을 담아 유별(충남도민 입장)과 송별(대전시민 입장)을 했지만, 기약이 있다면 기다리기 쉽다. 만날 기약 없으면 기다림에 조바심이 섞인다. 한 뿌리인 대전과 충남은 기약 없이 결별하지 않았다. 분리의 서운함, 석별의 아린 감정을 잘 간직하고 '관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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