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교양대학의 5주차 강연의 주인공은 강유정 영화평론가와 송인창 대전대 철학과 교수다. 강 평론가는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르고 놓치는 묘미를 끄집어내고 영화에 있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송 교수는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대전이라는 도시가 지닌 특성을 유교 정신으로 접근해 화합과 소통의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대전 정신을 강조했다.<편집자주>
▲강유정 영화평론가 |
현재 EBS '시네마천국'과 KBS '박은영, 강유정의 무비부비'를 진행하는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알기 위해 두 가지를 강조한다.
우선, 미장센은 카메라가 특정 장면을 찍기 시작해 멈추기까지 화면 속에 담기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화면 속에 담길 세트와 인물, 사물, 조명, 의상, 배열, 구도, 동선, 카메라의 각도와 움직임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강유정 평론가는 “어떤 장면 안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모든 것을 활용해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장면 안에 녹여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감독의 특징을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미장센이라는 얘기다.
몽타주는 무엇일까. 몽타주는 프랑스어로 조립한다는 의미다. 각기 촬영한 화면을 적절하게 붙여 스토리가 있는 하나의 장면이나 내용으로 만드는 기법이다.
주제와 연관된 필름을 모아 하나의 연속물로 결합시키는 편집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몽타주가 편집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드러낸다면, 미장센은 한 화면 속에 담기는 이미지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주제를 표현하게 한다.
#영화, 알고 보면 다르다=강 평론가는 한국 감독 중의 대표적인 미장센의 명수는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을 꼽는다.
최근 영화에서는 첫사랑의 그리움과 동경을 담은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이 있다. 90년대 중반 대학을 다닌 주인공들이 제주도의 한 기와집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장면,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떤 공감을 원할까.
바로, 인생에서 30년이 넘으면 증축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축을 못한다는 얘기다. 배경이 되는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신축하기는 쉽지 않고, 거의 증축만 허용되는 지역이다.
강 평론가는 “꽤 고급스러운 미장센”이라고 평가했다.
몽타주 기법을 잘 활용하는 이는 최동훈 감독이다. 그의 최근 영화, '도둑들', 그리고 '타짜' 등은 모두 몽타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컷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3~4분만에 60컷 이상이 바뀔 정도로 최 감독은 편집의 마술사다.
강 평론가는 “지루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건 편집을 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박자가 맞아야 흥행=미장센과 몽타주에 이어 영화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건 개연성이다.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 영화는 소위, 대박난다는 게 강 평론가의 설명이다.
개연성은 영화 안에서만 통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가능하든, 말이 안 되든 상관없다. 이야기 전개상 말만 되는게 바로 개연성이다. 영화와 이야기, 뮤지컬, 드라마 등 이야기로 만들어진 모든 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질서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모든 얘기는 인공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독할 때도 합리적으로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연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옥에 티'는 금물이다. 미장센, 몽타주, 그리고 개연성 세 가지가 모두 맞아 떨어지면 관객들은 영화에 만족한다.
무엇보다, 강 평론가가 강조하는 건 인문학이다.
그는 “단순한 오락으로 영화는 소비됐지만, 곧 미장센과 편집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예술이 됐다”고 말했다. 공간의 재해석인 미장센과 시간의 재생산인 편집으로 사실을 반영하는데 멈추지 않고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인문학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강 평론가는 “인문학으로서의 영화란 의도를 지닌 창조자가 자기 해석 전달의 매체로서 만든 영화”라며 “인문학적 공부를 하지 않고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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