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창 대전대 교수 |
대전은 한반도 중심부에 있다. 이를 오행(五行)으로 말하면, 토(土)의 자리다. 토는 만물의 자궁으로, 보통 흙에 비유되며 중화(中和)가 특징이다. 조화와 중재, 중용이라 할 수 있다.
송 교수는 “큰 밭이라는 대전의 지명에는 토의 정신이 내재해 있다. 포용과 협력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대전은 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단다. 그만큼 중심적인 기운이 강하다. 그는 “정치, 경제, 이념, 지역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모든 걸 흡수해 통합하고 소통하는 중심추 역할이 필요하다”며 “대전이 제구실을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전의 정신을 대표하는 4명의 조선의 유학자를 조명했다.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경(敬)의 정신=동춘당 송준길(1606~1672)은 17세기 중엽 이후 산림(山林:학식과 덕이 높으나 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 지내는 선비) 유자(儒者)이며 기호 예학을 대표하는 학자다.
동춘당은 경(敬)을 강조했다. 단순히 공경의 개념만이 아니다. 경은 개인과 사회, 이론과 실천, 안과 밖, 유위와 무위의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원리다. 개인의 내면적 도덕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 상호 간의 화합과 인륜 질서의 확립을 더 중시했다.
송 교수는 “동춘당은 경을 인간이 지녀야 할 최상위의 가치, 즉 인간의 삶에서 그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시 말해 경을 통한 실천이성으로 조화와 소통의 세계를 이루고자 했다는 것이다.
#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곧음(直)의 정신=우암 송시열(1607~1689)은 조선 후기의 문신ㆍ학자다. 우암 철학의 특성은 직(直)을 철학적으로 해명한 데에 있다. '직'이라는 개념은 우암의 수양론에서 가장 중요한 규준이요 가치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곧음'의 정신은 말 그대로 올바르고 곧은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우암은 일생 바르고 곧은 직(直)의 삶을 강조했다. 하지만, 직은 개인적인 심성의 수양에만 그치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사회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정의의 문제와도 관련된 것이다. 우암의 직은 사의(私意)를 없애고 공도(公道)를 넓히는 일이다. 송 교수는 “직의 사유체계는 우암으로 하여금 남다른 도덕적 지향과 현실성에 투철한 삶을 살게 했다”고 말했다.
#탄옹(炭翁) 권시(權시)- 공(公)의 정신=17세기 호서지방을 대표하는 도학자의 한 사람인 탄옹 권시(1604~1672)다. 탄옹 사상의 핵심은 공(公)이다. 사회ㆍ정치적 원리의 근본으로, 인간이 지녀야 할 최상의 덕목, 즉 개인의 내면적 수양과 사회의 도덕적 실천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개념이다.
그는 당색(黨色)을 멀리하고 중립을 지켜 항상 옳다고 여긴 바를 행한다든지, 양민의 측면에서 백성을 수탈하는 기존 정책들을 폐기나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송 교수는 “민오동포(民吾同胞)의 정신에 바탕한 공 사상은 경과 직을 합한 사상으로 대전의 정신으로 기릴 만한 것”이라며 “대전 정신을 현대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공 사상”이라고 말했다.
#설봉(雪峯) 강백년(姜栢年)-청렴(淸廉) 정신=설봉 강백년(1603~1681)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청렴하기로 이름이 높아 청백리로 녹선(選)됐다. 지금의 신탄진 출신이지만, 당색은 북인으로 동춘당과 우암과는 당색이 달랐다. 설봉은 명분론과 예송논쟁 등으로 얼룩진 시대를 살면서도 당대의 지배적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평생 청백한 삶을 살고자 했던 인물이다.
설봉이 말한 청렴은 사람됨에 있어 따르고 행해야 할 최고 덕목이다. 이 시대 이 땅의 '경제' 제일주의가 몰고 온 인간의 물신화(物神化) 현상을 바로 잡아주는 데 중요한 가치다.
송 교수는 “경은 외적 측면이, 직은 내적 측면이 강하다. 경과 직은 공을 통해 통합하고 여기에 청렴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대전이 지향해야 할 대전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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