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은 강화도에서 목포까지의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바닷가에서 791m의 높이라면 결코 낮은 산은 아니다. 오서산은 서해 바다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서해의 조망이 좋다. 천수만과 그 건너의 안면도가 보이고 천수만 아래와 안면도 너머 서해의 조망이 시원하다. 서해를 오가는 배들은 오서산을 보고 배의 위치를 가늠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서산은 '서해의 등대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서산은 용허리바위, 줌방바위, 대문바위, 신랑신부바위 농바위 등 기암괴봉과 바위들이 많다. 하지만 오서산을 바위산이라 할 수는 없다. 바위를 타 넘거나 바위 옆을 지나는 것보다 흙길을 걷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서산은 거의 남북으로 길게 놓여 있다. 오서정이 있는 북쪽 봉우리가 755m며 남쪽 주봉이 791m로 비슷한 높이다. 그 남ㆍ북봉 사이 약 2㎞가 좀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오서산의 머리를 이루고 있는 평정봉이라 할 수 있다. 오서산의 멋은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의 억새다. 북봉 일대의 가을 억새는 참으로 장관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하얀 새품은 눈이 부시고 이곳이 하늘나라가 아닌가하는 환상을 갖게 한다. 억새 속에서 서쪽 바다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멋이 있다. 이 때 쯤 이면 오서산은 사람들로 가득 차기 마련이다.
주봉일대의 억새도 꽤 좋지만 억새의 키가 작고 억새밭이 그리 넓지도 않다. 오서산의 또 좋은 점은 조망이다. 특히 바다의 조망이 좋다. 오서산에서 서해로 지는 석양을 보는 멋은 황홀하다. 내륙의 조망도 좋다. 충남의 서부 일대에 오서산과 같은 800m에 가까운 산이 없기 때문에 가야산ㆍ삼준산ㆍ덕숭산ㆍ용봉산ㆍ백월산ㆍ도고산ㆍ덕봉산ㆍ봉수산 등 내포의 산은 물론 천안의 광덕산, 공주의 태화산ㆍ무성산ㆍ계룡산, 보령의 성주산ㆍ아미산, 부여 만수산, 논산 향적산ㆍ대둔산, 청양의 칠갑산ㆍ백월산 등의 산들이 모두 조망된다. 충남의 조망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서산의 머리를 이루는 남 북봉 사이는 억새가 많고 나무가 적은 등성이지만 산의 비탈은 숲이 울창하다. 개울(계곡)은 월정사 아래 명대계곡과 동쪽 내원계곡이 쑬쑬하여 만만치 않게 많지만 물이 적다.
●오서산의 주변환경
오서산의 남쪽 청라지역은 택리지에 예부터 산천이 수려하여 살기 좋은 곳으로 부자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다고 써 있다. 명대계곡에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이 있고 오서산 자락의 장산리에는 토정 이지함과 이 고장 인물들을 모신 화암서원이 있으며 명대계곡 아래 쪽 울띠마을에는 우수현원이 있었던 원터가 있다. 또 서쪽의 청소면 성연리는 조선 후기 남당학파의 대가인 성당 정혁신(鄭赫臣)의 고향으로 성당마을의 이름이 되었고 성연리는 용못이 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오서산 남쪽 일대에는 광해군 때 홍산 현감을 지낸 선비 이산광(토정의 조카이며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의 동생)이 심은 것으로 알려진 귀학송(일명 육소나무, 장현리)이 있고 북쪽에 정암사 남쪽에 월정사가 있다. 노인들에 의해 지금도 불려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오서산의 노래가 있다.
오서산에 저얼씨구 오서산에 저얼씨구 서해지구 서승산은 12봉이 완연하다.
그림같이 걸렸으니 충남 명산 예 아니냐
월정사 구경하고 용이 허리 발 멈추어
상상봉 올라가니 신랑바위 새댁바위 마주보고 서있으니
은폭동 폭포수는 대천바다 찾아가고
귀학정에 내려서니 불어오는 바람줄기 이 내 수심 다 풀리네
내원사 용문암에 수천년 묵은 닫집
청룡 황룡 칭칭 감고 청학 백학 날아든다.
보고지고 아무리 보아도 보배로다.
얼씨구나 좋네 절씨구 지화자 절씨구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참고-위 전설 등 일부 내용들은 보령시에서 펴낸 '관광 보령의 명산을 찾아서'에서 인용한 것이다.)
●재미있는 전설들
1.처녀바위
효성이 지극한 처녀 효심은 자기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오서산의 산삼을 캐다 산신령의 노여움을 샀다. 어머니에게 산삼을 먹여 병을 고친 뒤 다시 오겠다는 간청을 듣고 산신령은 효심을 집으로 보냈다. 산삼을 먹여 어머니의 병을 고친 뒤 효심은 약속대로 산신령에게 돌아왔다. 산신령은 효심을 바위로 만들었다. 이 처녀바위는 북봉 등성이 정암사 쪽에 있다.
2. 강선암
강선암은 청소면 성연리 문수골에서 오르는 길가에 있다. 옛날 성연리에 정승당이라는 신통력이 있는 도인이 살고 있었다. 도인의 딸이 비범하다는 소문을 듣고 경기 감사는 그의 아들과 혼인을 시키려 했다. 도인의 딸이 원체 박색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아 돌아가려 했는데 미리 날씨를 알아보는 처녀의 신통력을 보고 며느리로 삼았다. 그 뒤 며느리의 말을 듣기만 하면 큰 이득을 보았지만 아들은 끝내 도인의 딸을 내쫓고 말았다. 그 뒤 경기감사는 나라에 큰 일이 생겨 며느리의 지혜가 매우 필요해서 아들에게 며느리를 데려오게 했다. 그러나 선녀가 된 며느리는 남편을 만나주지 않았다. 추물로 알고 있던 자기 아내가 선녀임을 알게 된 아들은 두 달을 애원하여 도인의 딸과 합방을 하고 시댁으로 갔다 한다.
3. 오서산성에 얽힌 장사 남매 이야기
흔히 있는 장사 남매의 이야기다. 성연리에 장사 남매가 살았다. 누나가 좀 더 힘이 세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둘 가운데 하나가 죽어야 했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내기를 걸게 했다. 누나는 성을 쌓고 동생은 7치 높이의 나막신을 신고 수도 개경을 다녀오기로 했다. 성은 다 쌓아가 이제 돌 하나만 얹으면 되는 데 동생은 오지 않았다.
아들이 죽게 된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어머니는 뜨거운 팥죽을 끓여와 딸이 먹기를 권했다. 뜨거운 팥죽을 먹는 사이 아들이 들이닥쳐 결국 딸은 내기에 져 죽었다. 이렇게 해서 쌓은 성이 오서산성이라 한다.
▲ 오서산 북봉 일대의 억새밭. |
산은 저마다 특색이 있고 철에 따라 그 경관이 달라진다. 억새로 유명한 사자평의 재약산ㆍ영취산ㆍ민둥산은 11월이 좋고, 철쭉이 좋은 황매산 바래봉 ㆍ제암산ㆍ일림산은 5월이 좋다. 내장산 등 단풍이 좋은 산도 11월이 제 철이다. 그처럼 신록 계곡 숲 상사화 조망 야생화 초원 등 이 좋은 산을 가려면 때에 맞추어 가는 것이 좋다. 오서산이 좋은 것은 억새와 화려한 조망이다. 따라서 오서산의 산행은 11월 초가 좋다. 나는 오서산의 억새와 조망을 보려고 매년 11월 초에 오서산을 오른다. 광천 쪽 사담마을에서 시작 정암사를 거쳐 오서정에 오른 다음 억새밭 속에서 점심을 먹으며 억새의 장관과 망망 대해 서해의 조망에 빠져본다. 특히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새품(억새꽃)은 참으로 아름답다. 오서산의 억새는 오서정 일대가 가장 좋다. 서해의 황홀한 황혼을 보고자 늦게 하산하여 광천에서 자기도 했다. 점심을 먹은 다음 등성이를 따라 남쪽 주봉으로 간 다음 주봉 일대의 억새도 둘러보고 대개 명대 휴양림 쪽으로 하산한다.
●산길
오서산에 오르는 길은 동 서 남 북에 각 하나씩 네 갈래 길이 있다.
(1)명대계곡 길(보령시 청라면):명대계곡 자연휴양림~월정사~오서산 주봉~북봉 오서정, 또는 자연휴양림-안골 고개~오서산 주봉 (약 1시간 30분).
(2)성연리 길(보령시 청소면): 성연 주차장~성골~시루봉~오서산 주봉~북봉 오서정(약 2시간).
(3)상담리 정암사 길:상담(홍성군 광천읍) 주차장~정암사~서릉 삼거리~북봉봉 오서정~오서산 주봉 (약 2시간).
(4)광성리 길(홍성군 장곡면):광성리 마을회관~내원계곡~공덕고개~오서산 주봉~북봉 오서정 (약 2시간) 또는 광명사~용문암~병풍능선~오서산.
●교통
(1)명대계곡 : 보령으로 이어지는 21번 국도와 36번 국도를 이용하여 보령쪽으로 접근한 뒤 국도를 연결하는 610번 지방도를 이용해야 한다. 36번 국도에서는 화성에서, 21번 국도에서는 청소에서 610번 지방도에 들어서서 가다 장현 저수지를 찾아가면 된다. 장현 저수지 위가 명대계곡이며 그 끝에 휴양림이 있다. 대천 시내버스터미널에서(041-932-3351) 하루 4회 있다. 장현저수지 위 귀학송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 올라가야 한다.
(2)성연리 길 : 21번 국도나 36번 국도에서 610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성연리 주차장에 갈 수 있다. 대천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08:20, 13:10, 15:50, 18:05, 22:00.).
(3)상담리 길 : 광천에서 들어간다.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고 있다 (08:20, 13:10, 15:50, 18:50, 22:00.) (광천 시내버스 터미널 041-641-6100)
(4)광성리 길 : 광천에서 들어간다. 하루 8회 시내버스가 드나들고 있다. (06:50, 10:40, 12:10, 14:10, 16:10, 17:45, 18:45, 20:00)
●조망
북→봉수산 안락산 극정봉 금계산 태화산 무성산
동→칠갑산 계룡산 백월산 성주산 만수산 아미산
남→양각산 옥마산 (보령) (안면도)
서→삼준산 덕슝산 가야산 원효봉
▲ 김홍주 소산(素山)산행문화연구소장 |
1932년 금산 출생. 42년간 교단에 서오다 1997년 퇴직한 뒤 산행문화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산행을 주제로 한 저술활동으로 '한밭 그 언저리의 산들', '한국 51 명산록', '조망의 즐거움', '산행문화와 웰빙 라이프'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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