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하는 형식이지만 서 총장의 퇴임은 ‘명예로운’이라는 전제를 단 중도퇴진 성격이 짙다. 작년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하는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줄기차게 사퇴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대학 이사회도 사퇴를 종용했다. 반발하기도 했지만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마당에 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일련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대학의 리더인 총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은 한때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교수들의 승진 및 업적 기준을 높여 철밥통을 깨고, 학문적 수월성을 강조하는 개혁 바람에 국민은 박수를 보냈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주의는 학내 갈등을 심화시켰고, 대학 개혁도 결국 한계를 맞고 말았다. 학내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인 독선적 리더십과 소통 부재가 빚은 필연적 결과라 할 것이다.
대학도 다른 조직처럼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불협화음이 나온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들의 동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개혁에 동참하게 하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서 총장에게는 독선적이고 내부 소통이 없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대화와 설득을 통한 소통의 리더십이 부족했다. 후임 총장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잘못한 것은 고쳐나가되 잘한 일은 이어가야 한다. 과감한 개혁을 통해 대학 분위기를 일신시키고, 열심히 공부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그의 뜻만큼은 소중하다. 개혁의 핵심을 대학 사회의 주인 노릇을 해온 교수 사회의 질적인 변화에서 찾은 것도 옳은 방향이다. 철밥통에 기대 교수 간 파벌과 반목 등의 폐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서 총장의 사퇴 결단이 KAIST의 정상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KAIST는 시련을 딛고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과학영재의 산실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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