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이주 노동자연대는 17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이주노동자 성폭행 사건이 무죄 선고 되자 이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상구 기자 ttiger39@ |
지역에서 중국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법원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성폭행범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여성 A씨가 지난해 5월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입국, 계룡시의 한 중국음식점에 취업한 이후 업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강제추행과 강간 등의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음식점 2층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전치 10주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은 뒤, 뒤늦게 강간과 강제추행 및 강간미수ㆍ감금치상 등을 주장하며 업주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
이후 검찰은 수사를 통해 A씨가 주장한 내용을 모두 사실로 판단, 업주를 구속 기소한 뒤 재판 과정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업주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 중 보석으로 석방됐고, 지난달 말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형사재판에서 공소 사실은 검사가 입증해야 하며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며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차례 강간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곧바로 법적 조치를 취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증언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이러한 판결이 내려지자 대전이주노동자연대와 여성단체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피해자가 진술한 여러 상세한 상황 설명과 정황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성폭행범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이번 판결은 남성중심주의에서 비롯된 편파적 판결이며, 이주노동자 특히 중국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판결”이라며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이유는 피해 여성이 자신이 당한 폭력을 쉽게 공개하기 어렵고 이주노동자의 처지에서는 더욱 사업주를 고소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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