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 목사 |
보도에 의하면, 지난 2일 저녁 북한군의 한 병사는 자신의 상관을 살해하고 군사 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 그 과정이 문제였다. 그는 강원도 고성의 최전방 경계초소인 GP(guard post)를 통과하고, 철조망과 철책 3개를 넘어 우리 측 GOP(general outpost, 일반전초)를 지나, 22사단 병사 30명이 생활하는 생활관의 문을 노크해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가 군사 분계선과 비무장 지대, 그리고 우리 초소들이 있는 2㎞의 거리를 통과해 부대의 생활관까지 접근하는 동안 군의 경계망 어디에도 걸리지 않았다. 군의 경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을 군 지휘부에 보고함에 있어서 상황실의 영관급 장교는 당연히 읽어야 할 보고 문서를 읽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가중시켰다.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군의 경계작전과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문책 인사를 단행했다.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부실성(實性)을 지시하고 있는 사건들이다. 생활에 쓰이는 물품을 다루는 공장 근로자들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나, 국가의 안보를 담당하는 군 모두가 '서 있어야 할 자리'와 '지켜야 할 자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들이다. 나라의 멸망은 먼저 성문이 열려서가 아니라, 성의 후미진 곳에 뚫린 작은 구멍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댐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균열에서 시작되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1982년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은 '깨진 유리창'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것이 사소한 것 같지만, 건물 주인이 건물의 보안이나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는 증거이고, 이를 표시로 범죄의 우려가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범죄학에서보다 오히려 경영학에서 더욱 활발하게 응용되었다. 기업이나 조직에 있어서 '깨진 유리창'은 아주 사소한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기업이나 조직의 와해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징후라는 것이다. 무관심한 주인과 직원의 눈에 띄지 않지만, 깨진 유리창과 거미줄은 고객의 눈에는 쉽게 발견되어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최고의 커피점으로 성공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강박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자기 기업에 단 하나의 깨진 유리창도 존재하지 않겠다고 하는 강박적인 관리가 오늘날의 우수 기업을 만든 비법이라면 비법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여러 개의 깨진 유리창이 발견되고 있다. '안전 불감증'이라고 하는 말을 오래 전부터 사용하였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어 보인다. '깨진 유리창'은 다른 건물 주인이 갈아 끼워주지 않는다. 건물의 소유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다른 사람이 끼울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깨진 유리창은 주인이 갈아 끼워야 한다. 내가 속한 가정과 일터를 둘러보자. 지금까지의 무관심하고 타성에 젖은 눈으로가 아니라, 기본과 원칙의 체크 리스트를 통해서 꼼꼼한 점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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