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기부금을 문제 삼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지방세 납부 실적과 함께 지역경제 참여도 또는 기여도를 따지는 뚜렷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내 유통업체들이 상공회의소 회비를 상습 체납한 것도 같은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엄청난 수익으로 지역경제의 블랙홀로 지목받으면서 기여도는 이렇듯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매장마다 매년 수십억, 수백억의 수익을 지역에서 내고 서울 등지의 본사 송금에만 급급한다면 지역자금이 줄줄 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어발식 체인망을 가진 대형마트의 진출은 지역경제의 장기침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매출액 대비 턱없이 낮은 지역사회 기여 수준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형마트 하나가 지역 전통시장 매출액 전체의 몇 배를 넘는 구조가 정상인가. 실제로 대형마트가 2~3개 들어설 때 주변 전통시장의 매출이 13%, 4개가 들어서면 27% 급감한다는 분석이 나온 적도 있다. 전통시장을 밀어내고 골목상권을 틀어쥐었으면서 지역 내 기부행위가 사실상 전무한 곳도 있다. 점점 줄어드는 기부금 실태를 보면 중소유통업체와의 공존의 길, 상생방안을 얘기할 계제가 아닌 것 같다.
기부액만이 아니라 기부 참여 지점 수도 53%나 감소했다. 그러면서 기부금 운영은 본사 소관이라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상생이 말뿐임은 지역에 내는 쥐꼬리만한 기부금이 극명하고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취약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기부금을 조성해 돕는 방법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다.
지역상권을 잠식한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는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이 심해졌고, 그만큼 지역상권을 잠식했다는 뜻이다. 지역에 진출한 수혜기업인 대형마트들은 지역사회 기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을 궁리해봐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도 지역 환원 비율을 높이는 유용한 방법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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