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록이라 하면 글로 남긴 것들을 말할 수 있으나, 글로 남기는 일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쉽게 가족의 역사를 정리하고 남길 수 있는 것이 가족사진이다. 가족사진에는 사진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가능했던 단독사진, 가족사진, 돌·생일, 결혼, 회갑, 상례, 제례사진 등 여러 가지가 담겨 있다.
사진기가 없던 시절에는 그림으로 그려서 남겼던 개인 위주의 초상화가 거의 전부였다. 사진 찍기가 보편화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따져 보면 요즈음 어린아이들에게는 4대조(고조)까지 사진을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핵가족화가 되면서 아빠, 엄마, 형제자매 정도의 가족사진만을 생각하다 보니 자칫하면 자신의 가족사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가정마다 사진이 있는 돌아가신 몇 대조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오늘의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념사진들을 액자에 넣어서 안방이나 대청마루 문틀위에 좋은 글귀나 그림과 함께 걸어 놓고 사진 찍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항상 이야기꽃을 피웠고, 선대의 사진을 보면서 집안의 역사를, 걸어온 길을 자연스럽게 후손들에게 알려주면서 집안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심어주곤 하였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우리 집안이 이렇게 화목한 집안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곤 하였다. 지금은 앨범이나 정보저장장치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만 꺼내 보지만 말이다.
이렇게 각 개인들이 기록으로 남겨 보관하고 있는 가족사진들은 크게 보면 우리 역사와 문화, 시대상들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연구자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문틀위에 걸렸던 액자와 그 속에 담겼던 가족사진들을 떠올리면서 오늘 하루쯤 앨범속의 빛바랜 가족사진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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