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고 없애고… 안전도시 설계의 기초는 '평등'

낮추고 없애고… 안전도시 설계의 기초는 '평등'

일본 1970년대부터 약자중심 공공시설 마을 정비 시작 대전시 17개소 'BF' 인증 관공서와공공시설 편중 아쉬워

  • 승인 2012-10-16 14:17
  • 신문게재 2012-10-17 9면
  • 조성수 기자조성수 기자
[대전 안전도시를 꿈꾸다]4.안전한 도시 설계, 디자인이 다른 도시

▲ 장애인 지지대와 보행구간 색표시, 키 높이에 따른 공중전화기 높이 조절 등 유니버설 디자인은 실생활의 편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 장애인 지지대와 보행구간 색표시, 키 높이에 따른 공중전화기 높이 조절 등 유니버설 디자인은 실생활의 편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럼 사회 속에서 사는 인간들이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아동, 여성, 장애인, 노인 등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살아가는 도시가 아닐까.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꿈꾸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의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안전이란 단어가 방재, 범죄 등에서 벗어나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편리한 삶을 영위하도록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도 바로 이같은 것이 바탕이 돼서 기인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국외사례와 안전한 도시를 지향하는 대전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장애의 유무, 연령 등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설계하는 디자인이다. 미국의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처음 주창됐고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한다. 무장애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에서 출발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현재 장애인, 노인을 위한 국한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넘어섰다.

사례로 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레버식 문 손잡이 등을 설계하는 것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 칭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켜 인간을 평등하게 포용하는 환경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나이, 성별, 장애 여부, 신체크기, 신체능력뿐 아니라 경제적 계층, 인종 등 모든 범위를 포함해 디자인을 통한 사회평등의 실현을 의미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7대 원칙은=첫째,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이다. 누구라도 차별감이나 불안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공평하게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사용상의 융통성(flexibility in use)이다. 서두르거나, 다양한 생활환경조건에서 정확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simple and intuitive)이다. 직감적으로 사용방법을 간단히 알 수 있도록 간결해야 한다.

넷째, 정보 이용의 용이(perceptive information)한 점이다. 정보구조가 간단하고, 복수의 전달수단을 통해 정보입수가 가능해야 한다. 다섯째, 오류에 대한 포용력 (tolerance for error)이다. 위험과 실수를 최소화해 사고를 방지하고, 잘못된 명령에도 원래 상태로 쉽게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적은 물리적 노력(low physical effort)이 선행돼야 한다. 무의미한 반복동작이나 무리한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런 자세로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일곱째,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이다. 이동이나 수납이 쉽고, 다양한 신체조건의 사용자와 도우미가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사례는=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마을정비 움직임이 시작됐다.

사례로 일본의 오카야마현은 '가까이에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초저상 노면전차는 전차의 출입구와 홈이 같은 높이로 유모차, 휠체어 이용자, 일반인 모두에게 편안히 설계됐다.

보도, 자동차도, 차도가 분리된 도로 각각의 통행 스페이스가 분리돼 접촉사고 등을 예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일본은 장애인 복지 모델도시(1973~1975년)부터 고령자에게 친근한 마을 만들기 추진사업(1994년)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1961년 전미국기준협회(ANSI)의 설계기준이 발표돼 억세서블 앤드 유저블(Accessible and Usable:접근이 가능한, 사용이 가능)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이후 장애인을 위한 미국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주택, 공공시설의 접근을 위한 장애물의 제거(Barrier Free),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1990년대 '인종, 피부, 색, 종교, 출신국, 성별을 기준으로 한 차별'과 '장애를 기초로 한 차별'에 대한 금지규정이 정립돼 확산됐다.

▲대전시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대전은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청사가 BF(Barrier Free) 인증을 받는 등 유니버설디자인 관련해선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덕구노인복지관, 용운국제수영장, 대덕문예회관 등 17개소가 BF인증을 받았다. 2013년 유니버설 디자인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성과를 보인 BF인증제도도 대부분 관공서 및 복지관 등 공공건물에 집중돼 있다.

민간시설에서 인증을 취득하려는 노력은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확대돼야 할 부분이다. 또 그동안 국내에선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무장애 디자인(barrier free design), 접근 가능한 디자인(accessible design) 운동이 전개돼 왔다. 그러나 이같은 기존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 고령자 등 특정계층만을 고려한 특징이 있다.

이에 대전시 유니버설 디자인 선도도시화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원칙에 따라야 한다. 남녀노소, 다문화가정, 외국인, 장애인 등 모두가 평등한 도시디자인으로 인간중심의 도시를 추구해야 한다. 대전시의 유니버설 디자인 정책도 '누구나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비전으로 하고 있다.

정무호 대전시 도시디자인과장은 “시민과 소통하는 디자인정책으로 이해 당사자가 원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무장애공간을 늘려 나가겠다”며 정책기조를 설명했다.

조성수 기자

※본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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