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의회는 15일 오후 임시회를 열어 장기간의 파행을 끝내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또 다시 목청을 높였다.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한 의원이 의장을 본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는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임시회 소집 목적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비와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정안은 꺼내지도 못했다. 추경예산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주민들의 불편만 커지게 생겼다.
유성구의회의 파행이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때문이 아니라 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빚어지고 있는 것은 경위야 어찌됐든 낯뜨거운 일이다. 되짚어보면 후반기 들어 유성구의회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의장단 선거 갈등에다 그로 인한 장기간의 개점휴업이 전부가 아닌가 싶다. 하는 일 없이 문제만 일으키면서 의정비는 꼬박꼬박 받아 챙기고도 구민들 얼굴 보기가 미안하지도 않은가. 파행기간에도 의장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주민들의 삶이 어찌되든 아랑곳없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기초의회 무용론은 이런 구석을 파고든다. 구의원은 지방선거 중에서 주민 관심도가 가장 떨어져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던 게 사실이다.
또 무보수 명예직으로 ‘봉사’를 한다는 의미도 의정비를 지급하면서 퇴색했다. 그럼에도 기초의회가 존속하는 이유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방자치의 근간이라는 일말의 믿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구정을 견제하고 주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은 소중하다. 유성구의회는 기초의회가 어떻게 출발했는지 초심을 돌아봤으면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임위 자리 몇 개가 아니라 의정활동에 땀 흘리는 것이다. 의회 기능이 장기간 마비되면 집행부의 각종 민생정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구민이 짊어지게 된다는 게 문제다. 구민들이 ‘식물의회’ 책임을 물어 세비를 돌려받고 주민소환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을 보여야 정신 차릴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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