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미란 편집팀 차장 |
외양간의 소 간도 모자라 남정네의 그것을 호시탐탐 노리던 구미호, 여인에게 다리 한쪽을 빼앗기고 “내다리 내놔”를 외치던 외발귀신은 이불 속 작은 심장을 극도의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사경을 헤매는 남편에게 달여 먹이려 '시신 절도'를 감행한 여인. 병중의 부모를 구하기 위해 서슴없이 단지(斷指)하고 자신의 허벅지를 잘랐다는 효자, 효부. 그러고 보면 우리 옛이야기에는 인체를 불치병을 고치는 명약으로 묘사한 예가 많다. 치료약이 변변치 않던 시절 가족을 구하려는 효심과 용기를 최고의 명약이라 여겼던 탓은 아닐까?
그런데 전설 속 그 여인의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면? 몇 달 전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원춘 사건'. 그 잔혹함이 만들어낸 충격파였을까. 한동안 중국인들이 인육을 먹기위해 한국으로 몰려온다는 소위 '인육괴담'이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었다. 결국 근거없는 거짓소문으로 밝혀졌지만…. 그런데 소동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인육캡슐 국내유통' 실태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에서 적발된 인육캡슐은 63건에 약 3만정. 주로 조선족에 의해 반입됐으며 1500정에 20만원씩 밀거래 됐다고 한다. 마음먹기 따라서는 가격부담도 없으니 단속의 눈을 피해 얼마나 많은 양이 더 유통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물건 판매가 밀거래를 통해 이뤄지다보니 어떤 사람이 구입하는지 정확한 데이터도 없다. 확실한 것은 인육캡슐이 '세균덩어리'라는 것. 식약청이 샘플 12개를 분석한 결과 최대 187억 마리의 세균이 검출됐고 일부에서는 슈퍼박테리아와 B형 바이러스까지 나왔다고 한다. 반인륜적이라는 비난 앞에서도 꿋꿋했던 애용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결과. 보신을 위한 명약인 줄 알고 먹었을 그것이 인체에 치명적인 독약이었으니…. 더 젊게 더 오래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 그 끝없는 갈구가 빚어낸 '탐욕의 산물'.
언젠가부터 산모의 태반을 원료로 한 주사제가 치료 목적이 아닌 다이어트나 피부관리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태반 화장품은 안방 홈쇼핑을 통해 마치 중년의 피부를 아기피부로 만들어 주는'신비의 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비자를 유혹한다. 임상실험도 마쳤고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됐다고 하니 그 효능을 의심하거나 신약개발을 폄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뱃속 아기의 생명을 지켜주던 어머니의 태반이 회춘의 도구, 만병통치약으로 남용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씁쓸할 뿐.
황미란·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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