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지 17년됐다. 1995년 겨울에 모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돼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이전까지 수입도 별로였고, 모든 게 어정쩡한 상태였다. 특히 그때만해도 일을 좋아서한게 아니라 유연하지 못했다. 연기를 시작한 건 돈을 벌기위해서였다. 집안의 가장이었다.”
약속에 대해서는 여전히 철저한 듯 했다. 그는 “좀 굼뜬 면이 있어 미리 움직이려고 애쓴다”며 “태어나서 지금까지 약속에 늦어본 게 10번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저 밥벌이로 시작한 일에 애정이 생긴 것은 언제일까? 그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때부터”라며 “연기가 재밌어졌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지금은 연기가 안풀리는게 스트레스의 주 원인일 정도로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배우란 직업은 행복과 고통이 공존한다”며 “연기가 내 마음처럼 안되면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쪽팔린다거나 나에 대한 실망감뿐만 아니라 그런 감정조차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지섭 매력의 본질은 우직함이다”=데뷔작을 기꺼히 함께해 준 톱스타에게 그 어떤 신인감독이 감사해하지 않을까. 더구나 면전에서 그것도 기자앞에서 시쳇말로 뒷담화를 깔리는 없다. 그렇다해도 상대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칭찬을 늘어놓는게 가능할까. 애정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연찮게 인터뷰에 동석한 영화 '회사원' 임상윤 감독은 소지섭에 대해 “어떤 칭찬을 해도 부족한 배우”라며 “소지섭의 멋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운동을 한 친구라서 그런지 속에 우직함이 있다”며 “또 얼마나 성실한지. 그게 소지섭 매력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캐스팅 1순위였냐고 묻자 “0순위였다”고 답했다. 소지섭은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5시간 만에 출연결정을 했단다. 임 감독은 “보통은 주위 의견도 구하고 감독 뒷조사(?)도 할텐데, 자신이 결정내리면 무조건 믿고 가는 이런 모습이 소지섭이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더 없이 성실했다. 게다가 운동신경이 탁월해 윤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오피스 액션을 비주얼적으로 멋지게 구현해냈다. 그러면서도 아이디어가 있을 때는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견지했다. 동갑내기 감독이었지만 늘 예우해줬다.
소지섭은 “나이를 떠나 감독과 배우의 관계”라며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면 하고 싶은 말이 생긴다. 하지만 제가 작가가 아니니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다 좋아서 실제로 반영했다”며 “사랑합니다, 퇴근해 등이 지섭씨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후반부 훈이(김동준)한테 넌 죽도록 일만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말할 때 스태프들이 눈물을 훔쳤다. 지섭씨의 진정성이 묻어났다”고 덧붙였다. 소지섭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죽도록 일만하지 말고 연애를 좀 하라고 농을쳤다.
소지섭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만나고 싶죠”라며 “2~3년전에 일반분을 만났는데 힘들어하더라. 만남이 쉽지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마흔전에는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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