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원장 |
지난 13년간 치과의사로 살아오면서 가슴깊이 기억되는 환자들이 있다. 노년의 할머니께서 혼자 치과에 내원했다. 치아는 이제 모조리 빠지고 마지막 2개가 남아있었는데 남아있는 2개 치아마저 빼야 되는 상황이었다. 풍치증상이 너무 심해 잇몸 뼈가 다 녹아서 살릴 수 없으니 빼자고 말씀드리고 간단한 마취 후 이를 뽑게 되었다. 이를 뽑는 순간 그분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흘러 내렸다. 아파서 우는 줄 알고 놀라서 이유를 물었다. 인생이 서글퍼서 운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두 개의 이를 빼면서 내 인생도 여기서 저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운다고 말한다. 필자의 마음도 아팠다. 필자에게 치아 하나 하나에도 그 사람의 인생이 담길 수 있구나라는 가르침을 준 환자다.
새벽 2시에 치료를 해드린 환자도 있다. 치료를 하며 나도 울고 도와주던 치과간호사도 울고 입을 벌리고 치료를 받던 그 환자도 울었다. 사연은 이랬다. 수년전 중국의 모처에 치과의료봉사를 갔는데 한 탈북자가 중국공안과 북한의 보위부의 단속을 피해 새벽 2시에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를 보자마자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6개월간을 이가 아파 기도만 했는데 기도가 응답돼 이를 치료할수있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배가 너무 고파서 식량을 구하러 두만강을 건너서 연변까지 왔고 다시 음식을 구해 돌아갔을때는 이미 7살난 아들은 죽어있더란다. 배고픈 자기의 배가 채워지고 난 후에야 아들생각이 나더란다. 그 새벽의 풍경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요즘들어 충치도 아니고 풍치(치주질환)도 아닌데 이가 아프다고 오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엑스레이를 통해서도 보이지 않고 육안으로도 거의 보이지 않는 크랙 신드롬(crack syndrom) 이라는 치아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가끔 아프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딱딱한 음식을 씹을 경우 치아가 그 금을 중심으로 두 조각이 나서 결국에는 이를 뽑아야하는 상황이 올수 있는 질환이다. 크랙 신드롬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필자는 우스갯 소리로 '요즘 이 악물고 열심히 사셨나 봐요'라고 물으면 많은 환자들이 '예, 지난 세월을 이 악물고 살았습니다. 그래야 버티죠'라고 이야기 한다. 잘 견뎌주고 버텨 주셔서 감사하다. 견뎌내고 이겨내는 여러분 때문에 우리사회가 더 잘 될거라고 속으로 이야기 한다.
이렇듯 많은 환자들의 입속에 숨겨진 치아를 통해 그 사람들의 인생의 여정을 퍼즐 맞추듯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는 직업이 치과의사란 직업이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입속을 보게 될 치과주치의에게 인생의 어떤 여정을 보여주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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