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의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친(親) 대기업적 행정이 전개돼 전통시장 상인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국회 농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황주홍 (민주통합당)의원이 aT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aT는 올해 가격이 폭등했던 배추와 깐마늘을 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에 1259t 공급했다.
반면, 전통시장에는 대형마트에 공급한 물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119t만 공급됐다.
aT의 현실을 간과한 행정은 이 뿐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 직전 직공급사업 방출물량은 대형마트에 390t, 전통시장에는 92t이 각각 공급됐다.
aT는 방출 안내문을 지난 9월 7일 홈페이지에 올린 뒤 공급신청 마감은 1주일 뒤인 14일에 했다.
하지만 불과 1주일이란 기간에 전국 1500여개에 이르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수요량을 조사, 제출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에 비해 비축 농수산물 수요조사 및 재고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 대형마트보다 경쟁력이 낮은 전통시장을 같은 조건에서 홍보 및 신청기간을 부과한 것은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행정편의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aT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일부 품목의 직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기업 위주로 운영돼 전통시장은 고객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aT의 농식품 수출 정책 또한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해외 판매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해외 유통업체와의 MOU 체결 실적이 해마다 줄어드는데다가 농식품 수출 성적표 또한 정부예산 비중이 5.7%인 반면 수출 비중은 1.4%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국 또한 일본과 중국 5~6개국에 한정돼 있고, 이들 아세안 국가의 수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황 의원은 “aT가 시장경영진흥원(전통시장연합회)에 1주일 만에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의 수요량을 조사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전통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일 수 있다”며 “정부비축물 직공급 물량을 전통시장에 우선 배정하는 등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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