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그러나 국책사업 유치실패와 재원조달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어느 것 하나 실행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용역을 되풀이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이제 더는 재창조사업을 미룰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 도달해 있다. 우선 내년부터 운영자금지원을 위한 시의 부담이 110억원 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세종시 출범으로 수도권인구 유입에 따른 위락공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창조사업의 수행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 가장 이상적인 것은 중앙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서 과학공원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정체성은 대전에 먹거리를 창출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국책사업은 더 이상 창출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게 어려우면 시 재정을 투입해 과학공원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노후시설들을 털어 내는데 만도 500억~600억이 소요되고 새로운 사업을 펼치려면 얼마가 소요될지 모를 뿐 아니라 매년 운영비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재정이 열악한 대전시가 감당하기에는 한마디로 벅차다. 그래도 시가 재정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시민들이 판단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확실한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이 여러 번 제안되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 이유는 대부분 PF형태로 자금을 국내외에서 공모해 들여오겠다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물론 대기업의 투자도 지나친 수익지향성 때문에 착한 투자를 낙관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대전의 경제파이를 키우려면 외부자본을 유치할 수밖에 없고 외국의 투기자본보다는 국내 대기업의 투자유치가 덜 위험하다. 물론 대기업의 과다수익발생부분과 지역 영세상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규제와 보호를 위한 엄밀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성과 심각한 교통유발문제는 계속 투명하게 해결방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더는 미룰 수 없고 외부자본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고려사항은 과학공원의 개발방향에 관한 논의일 것이다. 대전이 벤치마킹해야할 시설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윌리엄스버그의 부시가든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등이 대전의 엑스포과학공원 활성화에 기여할 롤모델들이다. 이 모델들에서 얻은 결론은 3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공간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즈니월드는 어린이 세대를 위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놀이동산이 있는가하면 청소년의 꿈을 키워 주는 과학체험관 'EPCOT', 그리고 어른들의 볼거리를 위해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같은 'MGM'이 설치되어 있다. 더구나 저출산사회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테마파크는 쇠퇴의 길을 걷는 만큼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의 개발이 필요한 시대적 상황을 맞고 있다.
사실 역사나 과학이라는 주제는 딱딱해서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도전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윌리엄스버그의 역사촌에 데려가면서 부시가든이라는 당근을 배치해 놓는 지혜를 발휘한다. 따라서 엑스포과학공원이 과학이라는 딱딱한 주제만 고집한다면 집객과 지역경제활성화에 실패할 수도 있다. 첨단과학을 응용한 놀이시설들이 더불어 있을 때 중앙과학관에서 과학을 체험하고 93엑스포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가운데 가족들과 함께 대전에 체류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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