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셰익스피어인가.
▲ 권오숙 한국외대 영문과 교수 |
권 박사는 “셰익스피어는 아직도 수많은 관광문화산업의 세계 최대 문화 콘텐츠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묘한 매력에 빠지다.
셰익스피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권 박사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인간 심리에 대한 탁월한 통찰 능력을 최고의 매력으로 내놨다. 셰익스피어는 주로 개인의 욕망 혹은 욕구와 사회의 요구 사이의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인간 속에 내재된 악과 어리석음의 근원과 완벽하지 못해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속성들을 탐구했다.
역설적 순간들을 포착한 작가라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특정한 시대를 그렸지만, 시공(時空)을 초월한 주제의 보편성도 시간이 흐른 지금 변함없는 인기의 이유로 꼽힌다.
특히, 다양한 실험은 주목할만하다.
16세기 당시 유럽의 문학은 고전 규범들에 얽매여 대단히 형식적이고 단조로웠다. 자유로운 사유나 사상을 방해했다. 이런 시대 속에서, 셰익스피어는 자유로운 일탈을 꿈꾸고 그것을 관객 앞에 내놨다. 권 박사는 “특히 사랑에 빠진 자들의 애절한 대사들은 언어의 마술사라는 그의 별칭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를 오해하다.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오해는 세 가지로 꼽았다. 우선, 어려운 고전 작가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권 박사는 “천만의 착각”이라고 반박한다.
셰익스피어는 당시 큰 유흥거리 중 하나이던 연극을 보러 극장으로 몰려든 다양한 계층을 골고루 즐겁게 해주는 위해 극을 쓴 대중작가다. 지금의 드라마 방송작가 정도다.
표절작가도 아니란다.
셰익스피어는 고전 신화나 성서 등의 이야기를 관습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새롭게 재창조했다. 익숙한 소재를 변화하는 당대의 시대상황과 사회현실에 맞게 만들어 새로운 인식과 사고를 유도했다.
보수적인 작가는 더더욱 아니라고 강조한다.
권 박사는 “우리는 셰익스피어와 그의 동시대 사람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세상에서 활동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대의 극장은 대중의 상업적 요구와 국가기관의 검열, 지배계층의 후원이 서로 역학관계를 이뤄 정치적으로 대단히 모호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는 누구보다 세태 풍자적 속성을 드러낸 작가다. 모든 작품에 만연한 풍자는 숨겨진 그의 반골 의식을 드러낸다고 권 박사는 설명했다.
#균형으로 공감을 얻어내다.
권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열린 텍스트”라고 강조했다.
셰익스피어는 대체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두 세력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동시에 담아내며 자신의 입장은 유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 억압받는 타자의 목소리도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딸을 억압하는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그런 아버지의 억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반항하는 딸의 목소리도 있다.
권 박사는 “셰익스피어는 당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고를 작품에 담아내되 그런 사고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담아내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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