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일 사회단체부장 |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건만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건만 속세가 산을 떠나네.'
세계 최대의 금동미륵대불이 있는 법주사와 정이품 소나무로 유명한 충북 보은 속리산의 유래를 알 수 있는 문장이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주최한 제19회 전국 일선기자 문화탐방이 지난 6일과 7일 예년처럼 속리산에서 전국 각지 일선 기자와 가족 등 약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속리산 매표소 입구에서 문장대까지는 5.9㎞인데 세심정(洗心亭)까지의 길은 트레킹코스처럼 편안하고 왼쪽에 펼쳐진 그림 같은 저수지의 맑은 풍경은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다.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걷노라니 머리도, 마음도 맑아짐을 느낀다. 속리산은 국토의 등줄기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최고봉 천왕봉에서 흘러내린 세 물줄기는 남한강, 금강, 낙동강의 발원수이고, 한반도 기운의 중심이 되는 산이라고 일컬어진다.
천년의 쉼터 속리산 세심정은 속리산의 문장대 천왕봉 등반의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세속을 떠난 산에서 마음을 씻는 정자(터)란 뜻을 담고 있다. 이는 복잡하고 힘든 현실의 문제들을 저 산 밖에 내려놓고, 이 곳에서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과 내 앞에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을 즐기라는 뜻이다. 온갖 공해에 찌든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씻어내라는 의미의 속리산 청정수는 흐르는 물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시원하고 등산로 입구의 참나무와 소나무, 전나무숲이 우거진 오리숲길은 한폭의 수채화같다. 그러나 평탄했던 길은 세심정을 지나는 지점부터 본격 등반코스로 바뀐다. 80%가 가파른 돌계단으로 되어있는데다 문장대 오르기 직전의 계단은 할딱거릴정도로 숨이 차서 등산 초보자들에게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숨이 턱에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해발 700m에 이르러 만나게 되는 일명 '할딱고개'(보현재)'를 넘는 길이 그토록 힘겨웠다. 그러나 고통 뒤에는 환희와 기쁨의 벅찬 감동이 따르는 법, 문장대에 오르면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에 육체적 고통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만족감과 희열이 온 몸을 전율케 한다. 이게 바로 등산의 묘미이지 싶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고통의 열매는 달다.
휴게소에서 감자 야채전을 곁들인 산당귀 막걸리나 새콤달콤한 동동주로 목을 축인 후 산을 오르노라면 '목욕소'가 나온다. 조선조 7대왕 선조가 국운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인근 법주사에서 대법회를 연 후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 곳에서 목욕을 했다는 곳이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너른 바위를 '대'라고 하는데 1054m 높이의 문장대는 속리산 정상에 위치한 넓은 바위봉우리로, 그 위에 오르면 속리산의 아홉봉우리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주변 기암괴석들의 멋진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원래 구름 쌓인 봉우리라는 뜻의 '운장대'였지만 조선 세조가 꿈속에서 귀공자를 만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뒤 정상에 올라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하루종일 글을 읽었다하여 이름이 문장대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문장대에서 보면 천왕봉, 문수봉, 입석대가 한눈에 들어와 그 비경이 설악산, 금강산에 견줄만하고, 한국의 8대 비경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산으로 꼽힌다. 불꽃처럼 솟아오른 기암과 괴석이 끝간데 모르는 구릉을 따라 흐르고 아름드리 노송이 능선과 골짜기 곳곳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문장대에 오르면 50여명이 앉을만한 널찍한 바위가 주위를 호령하듯 성채처럼 우뚝 솟은 모습이 장관이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문장대로, 속세를 벗어나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털어내는데 효과적인 장소다.
등반대회 첫째날 낮 12시반부터 등산을 시작해 2시간 반에 걸쳐 문장대에 오른 후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들로부터 완주증을 건네 받고 다시 하산을 시작, 경품 추첨 장소인 로열호텔에 도착하니 마감시간인 오후 6시였다. 완주의 기쁨을 안고 하산 후 소주를 곁들인 삼겹살 구이 저녁 만찬장소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기자들이 왁자지껄하고 걸쭉한 입담속에 모락모락 우정의 꽃을 피우며 10월의 멋진 밤을 재미있는 추억으로 곱게 물들였다. 같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동지의식이 있어서일까. 금새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게 기자들의 세계다. 인내심과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하던 할딱고개에서의 고통스런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운 추억으로 남고 내년의 만남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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