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묻힐 뻔한 성폭행 사건 우연한 수사에 들통

금산署 '인면수심' 남자 2명 구속… 섬에서 염전 노역도 시켜

세상에 묻힐 뻔한 지적 장애 여성 성폭행 사건이 우연한 경찰 수사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지적 장애를 가진 여성 A(22)씨는 2009년부터 10개월 가까이 금산군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음식점 사장 B(52)씨와 함께 일하는 종업원 C(32)씨로부터 수 차례에 걸친 성폭행을 당했다. 두 남성은 A씨가 지적 장애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 모텔과 차량 등에서 상습적인 성폭행을 가해 왔던 것. 그리고 급기야 지난해 C씨는 하루 2만~3만원 정도의 일당을 주겠다며 A씨를 전남 신안군의 한 섬으로 데려갔다. 이후 A씨는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섬에서 염전에 나가 일을 하며 강제로 C씨와 동거 생활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성폭행이 이어졌다.

섬에서의 암흑같은 생활은 8개월 가량 지속됐고, 돈 한푼 받지 못한 채 섬에서 나온 뒤 견디다 못한 A씨는 가까스로 C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지적 장애를 가진 A씨는 고통스런 나날 속에서도 이때까지만해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했다.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다. A씨의 부모 역시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일 없이 세상에 묻히는 줄만 알았던 두 남성의 범죄행각은 최근 우연치 않은 경찰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어렵사리 집으로 돌아 온 A씨는 금산의 한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됐고, 장애 여성인 A씨에게 700만원에 달하는 휴대전화 요금 독촉장이 날라오는 것을 이상히 여긴 고용주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였다.

경찰조사에서 C씨는 A씨의 명의로 4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사용하면서 700만원 가량의 요금을 체납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금산경찰서는 10일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두 남성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사건을 수사한 금산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는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못했고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 조차 아무도 없었다”며 “장애인의 경우 이런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변의 관심과 함께 피해 발생 시 즉각적인 신고를 하는 등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섭ㆍ금산=송오용 기자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