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 두리한의원 원장 |
국민감정법을 떼기장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상식과 이성을 앞서는, 그래서 부정적인 측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에버릿 딘 마틴의 연구처럼 군중은 휩쓸리고 부화뇌동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단지성이란 말도 있고, '몇 사람은 항상 속일 수 있고 모든 사람을 잠시는 속일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링컨의 말도 있다. 다시 말해서 국민감정법의 주체인 국민은 결과적으로 옳다. 따라서 국민감정법이란 그저 하나의 객관적 실체로 바라볼 일이지, 일방적으로 배제하거나 적극적으로 추종할 것은 아니다.
나는 다수는 언제나 옳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진실과 정의는 소수자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고, 다수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소수자들에게는 끔찍한 폭력이나 제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전체(이 말은 마땅히 다수라고 바꿔야 한다. 어떻게 전체라는 말을 붙일 수가 있으랴)가 바라고 원하는 것에는 정치하는 자들이 마땅히 귀 기우리고 실천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도 여긴다.
먹거리와 짜장면은 새롭게 표준어로 등재된 단어들이다. 사실 우리말에서 먹다의 어근 '먹'에 '거리'를 붙일 수는 없다. '먹을거리'가 올바른 표현이다. 짜장면 역시 파열음 표기에 된소리를 지양하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에 따라 자장면이 표준어였다. 하지만 언중(言衆)은 먹을거리 대신 먹거리를, 자장면 대신 짜장면을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했고 결국 둘 다 표준어가 되었다.
곶이 꽃으로 바뀌고 고가 코로 변하듯 세월에 따라 발음은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언중이 선택할 문제이지, 학자들이 원칙을 세워 지킨다고 변화를 막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국어학자들은 어문규정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이 부질없음을 말하는 게 아니고, 언중의 선택이 언제나 옳다는 것을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노력이 소중한 것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과 관습과 문화와 시대정신이 바뀌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변화가 이미 와 있음에도 과거에 붙잡혀 있거나, 제비 한 마리의 비상에 봄이 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닐까?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거대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세우고자 했던 투쟁과 절대 빈곤을 벗어나자는 경제적 성취를 위해 합심해서 달려왔던 지난 세월의 모든 관행과 법칙은 이미 구시대적인 것이 되었다. 우리는 지난 세월의 피나는 노력 끝에 형식적 민주주의와 이만달러 소득이라는 가시적 성과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실질적인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진정한 선진국과 평화통일이라는 보다 높은 그리고 반드시 성취해야 할 우리의 과제는 지난 세월의 관행에서 벗어나야만 이룰 수 있다. 이 변화를 거부하고 구시대적 관습과 법칙에 갇혀버린다면, 우리는 한 때 용틀임을 했으나 결국 지렁이로 머물고 만 동아시아의 초라한 국가로 남게 될 것이다.
12월 19일에 우리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과연 어떤 지도자가 우리의 삶과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누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적합한 지도자인지, 신중하게 살피고 따져볼 일이다. 아침 신문에서 무려 63.7%의 유권자들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든 이런저런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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