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의지를 토대 삼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의 방향, 기반 연구, 활용 등의 기본계획을 정립해야 한다. 역사적 상상력과 추측에만 의존할 성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소외된 백제의 실체를 되살리는 방대한 작업이다. 사찰 정림사인지 도량의 기능을 뺀 건물만 있는 정림사인지의 성격 규명부터 분명해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 재건이라는 큰 틀에서 정림사 복원의 논리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본다. 복원이 오히려 적극적인 보존 활용 방안에 역행한다는 일부 반대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경주 황룡사의 경우, 정부와 경주시 등의 강한 의지에도 복원이 쉽지 않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문화재는 단순한 보존보다는 활용의 측면까지 생각해야 하지만 복원의 의미와 역할을 관광에만 한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정림사에 대한 고증, 정비와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선행 연구가 아직 미흡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예산 부족과 행정적 지원 결여 또한 복원 본격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복원을 앞당기려면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나당연합군이 불태운 정림사는 몽고 침략으로 불탄 황룡사처럼 남아 있는 그 자체가 국가사적이다.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한 가지 명분과 목적에만 치중하다 보면 자칫 복원 전후에 잘 붙어다니는 고증 부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학술조사를 통해 그 웅장한 규모와 가치는 드러났지만 실제적인 배치나 형태 등은 만족할 만큼 나와 있지 않다. 복원 추진을 전제로 초석 위치 확인 등 학술적 연구가 좀더 선행되면 좋겠다.
물론 남북으로 금당과 강당이 일직선상에 배치되고 사방으로 회랑이 조성됐다는 등의 가람의 대강은 밝혀졌다. 하지만 워낙 오랜 세월 방치돼 있다 보니 과거 경주 불국사 복원과는 원형 재건이라는 측면에서 다를 수도 있다. 부여군민에 더해 충청권, 나아가 백제문화권, 학계 등의 폭넓은 지원과 지지를 받는다면 부여정림사복원건립추진위원회의 가교 역할도 한층 탄력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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