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에 문제없이 진행되는 정신장애인시설이 공사가 중단되면서 애꿎은 시설 이용자들만 임시 거처에서 올 겨울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대전 서구 도마동에 시설보강사업을 진행하던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이 지난 4일 서구청으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다.
사회복지법인 '행복한 사람들'이 2001년부터 현 위치에서 정신장애인 사회복귀를 위해 생활과 치료를 하던 곳으로 지난 8월부터 시설확장을 위한 공사를 벌여왔다.
1985년 지어져 시설이 노후된 단독주택 형태의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을 지상 3층 규모의 시설(연면적 620㎡)로 개선하는 것으로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시설 반대 여론이 고조됐다.
서구는 이러한 민원을 계기로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에 대해 지난 4일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구가 내린 행정제재에 법적인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 시설 보강사업은 5억9500만원을 보건복지부와 시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건물 안전도 진단에서 지나치게 노후됐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때문에 구청의 공사중지명령은 시가 진행하는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취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을 방치하고 시설의 공사를 강행하면 완공 후에도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주민과 법인이 협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셈”이라며 “행정심판위원회의 판결을 통해 정당성 여부가 판정되면 주민이나 법인 모두 그에 따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회복귀시설의 정신장애인들은 공사가 중단되고 행정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공간에서 치료와 교육, 생활을 해야 한다.
또 정신장애인시설에 대한 주민 인식을 개선하기에 앞서 지자체가 공사중지라는 쉬운 길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신보건가족협회 대전지부 이병범 지부장은 “정신장애인 시설이 이런 식으로 쫓기고 공사가 중단된다면 정신장애인과 가족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며 “10년 이상 문제 없이 운영되던 장애인시설이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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