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카이스트 ICC운영부장 |
과학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화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 보다 편리한 생활을 만들어주는 형태로 기여를 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특별한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행복을 동일시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가끔씩은 과학기술의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감성이 메말라 있는 것 같은 무미건조함과 차가운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과학기술자하면 떠오르는 사람으로 아인슈타인을 꼽을 것 같은데, 이를 통해 과학기술자는 세상과는 조금은 동떨어져서 자신만의 분야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허상을 심어주게 된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로 인류에게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모든 인류가 함께 누리고 사는 것 같지는 않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과학기술의 발전 때문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면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의 혜택이 결국은 대가를 지불하고 이를 사용하거나 소비할 수 있는 사람중심으로 돌아가게 되기에 사회적인 약자와 소외 계층에게는 혜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혜택을 모든 인류가 고루 누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자체만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점, 과학기술과 행복의 관점, 과학기술과 복지의 관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바라보고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인들 스스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또는 단체 등을 통해 과학기술을 나누고 혜택을 공유하자는 운동과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도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는 사회적인 이슈를 기반으로 사회적인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기술개발과 지원 등 다양한 사업 등을 정책과제로 고민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고 달려올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달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세상은 어느 순간 결국 우리에게 삶에 대한 공허함과 회환과 허무함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서로 나누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속에서 세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따뜻한 정이 흐르는 세상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눔의 행복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세상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약자와 소외계층에 보다 편리함과 안락함을 줄 수 있는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인 스스로와 정부정책이 함께 어우러져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사회적인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이를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활동이 확대돼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철학과 가치가 이공계 교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이러한 활동들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연계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사업을 확대해나가는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은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고, 실천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실질적인 도움과 혜택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눔의 과학기술, 따뜻한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와 함께 국민과 함께 그리고 인류와 함께 과학기술이 공존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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