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놓고 대전을 비롯한 전국에서 유사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담당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 중소상인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대형 로펌과의 힘겨운 싸움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빗대면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 또는 지원책 없이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대형마트의 소송 제기 이후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후 약방문' 조치를 취하는 실정이다.
7일 대전시와 대형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조례 재개정이 지자체마다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서구와 대덕구는 조례 재개정안이 공포 중이며, 동구는 이번 주 중, 중구와 유성구도 이달 안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전의 자치구들이 조례 재개정 후 의무휴업을 다시 시행하더라도 대형마트 등이 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전북 지역의 대형마트들은 지난 3일 전주, 익산, 김제시장을 상대로 '다시 시작된 의무휴일을 정지해 달라'며 법원에 세번째 영업제한조치 집행정지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대전 역시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가 법원의 판단 또한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다.
대전의 지자체들이 조례 재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을 재개하더라도 대형 로펌의 전문 변호사들이 집요하게 허점을 파고들어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전에 영업점을 둔 A대형마트는 의무휴업 재시행시 소송 재개 여부에 대해 “본사에서 추진하는 일이어서 답변하기 곤란하지만 조례에 문제가 있다면 법원에 판단을 맡겨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소송 가능성 내비쳤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정부의 무책임한 탁상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전국 지자체의 95% 이상이 유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원이나 지침은 고사하고 방관하는 듯한 모양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고문 변호사 자문을 받는 등 지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조례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헌법소원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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