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비율이 71.7%인 국무총리실의 경우 지난달 이미 일부 이전이 시작됐다. 이전 공무원들의 기대감이 크지 않은 요인으로 물론 미비한 인프라 구축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다른 부처에 미치는 파급력, 공무원의 실제 이주가 수도권 분양자 등의 이주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참으로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생각하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총리실의 내집 마련 비율 71.7%도 속내는 한층 복잡하다. 총리실 설문조사에서는 세종시로 단독 이주하겠다는 공무원이 41%나 됐다. 11%의 미혼자는 그렇다 쳐도 30%가 자녀와 배우자가 있는 기혼자로 파악됐다. 세종시가 조성되고도 현 거주지에서 출퇴근하는 현상은 비효율의 극치라 할 만하다.
배우자 직장과 자녀 교육 문제, 각종 생활편의시설 및 의료시설 부족과 같은 현실적인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올해 이전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내집 확보율은 66.1%에 불과하다. 세종시 건설은 어떤 의미로는 행정권력의 대이동이다. 가족을 위해 혼자 희생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할 개인사가 아니란 뜻이다.
더구나 자족기능과도 관련된 중대 사안이다. 내년에 이전하는 기관 공무원의 내집 확보율 역시 60%선으로 저조하고 내후년 이전하는 한국정책방송원의 경우 30%에 못 미친다. 건물만 옮기고 그 주역들은 수도권에서 출퇴근한다면 국내 신도시 개발기술의 정수가 모인다는 세종시의 위상과도 걸맞지 않다. 홀로 이사하겠다거나 가족은 둔 채 혼자 출퇴근하겠다는 공무원이 많다면 지방 발전을 끌어올린다는 계획 역시 헛구상에 그칠 수 있다.
이처럼 이주를 꺼리는, 즉 이주 의지를 감소시키는 부분을 철저히 보완하지 않으면 독신용 임대주택 희망자만 많아질 수 있다. 주거대책뿐 아니라 부부공무원 정착 지원 등 활발한 정책을 펴야 한다. 부처 통합 등 변수를 고려해 머뭇거리거나 가족이 함께 이주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을 없애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기반시설을 잘 갖춰 이주 의지를 높이고 세종시에 사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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