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헌 정치부 정치팀장 |
그런데, 지역 정치권에서는 거꾸로 이들의 '선택'을 받기위한 움직임이 주목을 끈다. 대선이후에 다가오는 2014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움직임인데, 이른 감이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정치적 결단일수도 있고, 도박이나 탈출구일 수 있다. 모두가 대전 충남의 지역을 기반으로한 제3의 정당을 품에 안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을 비롯해 대전충남지역에는 기초단체장과 광역ㆍ기초의원들 다수가 선진통일당 소속이다. 이들은 선거법상 한계가 있지만, 어떤식으로든 '줄'을 대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선진당 이인제 대표가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자당의 대표가 출마한다면 당연히 당의 대표 주자에게 힘을 몰아줘야 하지만, 선진당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들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지역정당의 출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듯 하다.
결국, 다음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이라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떤식으로든 역할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대선캠프는 정당조직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렇게 굴러갈 것이다. 한마디로 선진당 소속 정치인들이 조급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인제 대표가 최근 대선행보처럼 비쳐지는 움직임을 보이자, 염홍철 대전시장은 곧바로 문재인 후보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누가 언제 어떻게 만남을 주선했고 성사됐는지는 관심이 없다. 사실 염 시장은 지난 5월 대전에서 열린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기간중 '친박계'의 핵심인물인 유정복 의원과의 비공개 만남도 가졌다. 유 의원은 '생활체육과 국민행복'이라는 전국적인 생활체육 조직의 회장직과 함께 최근에는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지인들에게 보내는 '월요일의 편지'에서 '사람이 먼저'라는 말과 함께, 박노해 시인의 '길이 끝나면'이라는 시를 전했다. 문재인 후보와의 만남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보낸 편지라, 느낌이 다르다.
조직의 리더격인 이인제 대표나 염홍철 시장의 최근 행보는 선진당 소속, 광역ㆍ기초 의원 및 기초단체장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테고, 예견되는 이들의 이합집산은 지역 정치권을 다시한번 정계개편의 회오리로 몰아갈 가능성을 높였다. 물론 염 시장은 당적을 먼저 내놓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대선정국이 꼭짓점에 이를때 이것이 가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염 시장이 혼자만 살기위해 정치적 행보를 펼쳐 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대전시 발전을 위한 명분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서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분위기를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 시장의 진정성을 믿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가 앞으로 정치 원로로 남든 다시한번 대전시 발전을 위해 출마를 선택하든 그것은 두 번째 문제다. 그의 연륜과 경험은 이 지역 정치 풍토를 얼마든지 바꿀 능력이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 시민을 생각하는 그의 사명이기도 하다.
논어에 인능홍도(人能弘道)라는 말이 있다. 또 순자의 '지도자의 길(君道)'에서는 '유난군 무난국, 유치인 무치법(有亂君 無亂國, 有治人 無治法)'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자는 '사람이 길을 넓혀 가야지 길이 사람을 넓힐 수 없다'라는 말이고, 후자는 '난군만 있지 난국은 없다. 치인만 있지 치법은 없다'라는 말이란다. '어지럽히는 지도자가 있어서 나라가 어지러운 것이지, 처음부터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 제대로 다스리는 지도자가 있어서 나라가 다스려지는 것이지 처음부터 잘 다스린 나라는 없다'라고 혹자는 해석하고 있다. 둘다 사람이 먼저이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은 물론, 지역의 단체장들이나, 선출직 의원들은 어지러운 정국에 한번은 눈여겨 보아야 할 듯 싶어 부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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