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학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
18세기 무렵 이 마을에 살던 박씨들이 심은 느티나무 중 행인이 쉴 수 있는 정자나무가 존재했던 것이 이곳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 얼마 전 박정자 삼거리 중앙에 서있던 느티나무가 뿌리 째 꺾이는 참변을 당했다. 태풍 '산바'의 영향이다. 수령이 무려 300년 가까이 되어 공주시에서 1982년부터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해오던 터라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워했다. 국도 확포장공사 당시에도 공주시와 지적공사에서는 나무보호를 위해 삼거리 중앙에 공터를 확보하는 등 많은 배려를 했던 곳이다. 현재는 쓰러진 나무의 해체작업이 완료되어 교통엔 불편이 없으나 다시는 이곳을 대표하던 느티나무의 위용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태풍의 피해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배의 주산지인 전남 신안군에서는 때 아닌 배꽃이 만발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확기를 앞둔 상태에서 강한 비바람이 바닷물을 머금고 날아온 것이 주원인이라 한다. 염해로 인해 낙과 후 잎사귀까지 완전히 고사한 배나무가 봄으로 착각해 생겨난 생리적 현상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올해 뿐 아니라 내년에 피어야 할 꽃눈이 소실되어 2년간의 농사가 한꺼번에 망치게 된 것이다.
태풍(颱風 Typhoon)이란 북태평양 서쪽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을 칭하는 말로 7월에서 10월 사이 전체 발생빈도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고약한 녀석이다. 발생초기 무역풍의 영향으로 서북서진하다 점차 북상하여 편서풍을 타고 북동진해 주로 일본과 한반도에 많은 피해를 준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중심부근 최대풍속 33m/s이상을, 우리와 일본은 17m/s이상을 태풍으로 분류한다. 한반도에는 연평균 약 3.8개의 태풍이 상륙하지만 올해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수의 태풍이 연달아 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태풍이 오면 바다의 물고기들은 파티를 한다고 한다. 해저 깊은 곳의 풍부한 영양분을 해수면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강한 바다 생태계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우리 인간의 관점으로 태풍을 단순히 천재지변의 위협요인으로만 치부해선 안되는 또 다른 이유다.
지금도 태풍 피해는 끝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피해 복구에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지적공사도 태풍으로 인해 유실된 토지의 신속한 복구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원과 제도를 다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홍수와 같은 재난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침수흔적도작성과 태풍에 취약한 해안지역 및 하천의 범람 등으로 피해를 입은 농어촌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적측량수수료를 감면해 주고 있다.
안방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태풍의 진로를 미리 예측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인간이 자연을 마음대로 조절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공존할 것인가는 새삼 따질 필요가 없다. 각종 재해에 직면한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이번 태풍의 위력 앞에서 새삼 느끼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매년 한반도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태풍을 그저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위기(危機)란 본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동시에 존재함을 뜻한다. 이번에 겪은 태풍과 같은 위험요인을 통해 전화위복의 지혜와 미리 재난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희망찬 미래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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