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維)는 실 사(糸)에 새 추(隹)를 짝지은 글자다. 실로 새의 발을 매놓는다 해 “매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서주말(西周末)에 여왕이 있었다. 여왕은 폭군으로서, 사치와 폭정을 일삼았다. 그는 충신 예량보와 소공이 여러 차례 간언을 했지만 듣지 않고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을 잡아다 죽였다. 이후 비방하는 사람은 줄었지만 제후들은 조정에 들지 않았고, 충신도 한 명 두 명 멀어져 갔다. 백성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민심은 점점 흉흉해졌다.
왕은 소공에게 “보시오, 나를 비난하는 자가 이젠 없지 않소” 하고 말했다.
이에 소공은 “아닙니다. 그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입니다.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백성들의 입이 터지면 천하를 날려버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進退維谷)”하고 말했다.
이때부터 진퇴유곡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유사어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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