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창호 전 부여 부군수 |
일차 산업인 농업이 주를 이루던 1960~70년대 금산 지역의 대부분 농가는 인삼을 재배했고, 지역 전체가 온통 인삼밭으로 뒤덮여 있었다.
인삼이 농가의 주 소득원이었고 한꺼번에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환금작물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렸을 때 인삼밭의 풀을 매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무척 지겨운 일이었다. 풀을 뽑아도 여름 장맛비가 내리면 인삼포는 이내 풀밭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인삼 재배 기술이 일천하여 대부분의 농가에서 8~9월이면 4년근의 인삼을 수확하고 껍질을 깎 말렸다(백삼제조 과정). 동네마다 인삼 냄새가 짙게 풍기고, 인삼을 깎아 주고 품삯을 받는 재미로 다른 동네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떼를 지어 동네에 들어와 며칠씩 묵기도 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이다.
지금은 금산지역의 인삼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인삼 유통의 중심지 역할만은 톡톡히 하고 있다. 인삼은 생산지역을 불문하고 금산을 거쳐야 유통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산'하면 누구나 인삼을 연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홍삼제조의 자유화다. 홍삼은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전매제를 실시해 오면서 일반제조를 범죄시해 인삼산업발전의 큰 걸림돌이었는데, 90년대에 금산지역의 지도층 유지들과 삼업인들이 끈질긴 대정부 투쟁을 한 결과, 지금은 누구나 제조할 수 있게 되었고,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한껏 높여 주고 있다.
예로부터 금산인삼은 인류의 영약으로 알려져 오고 있다. 몸체는 비록 작으나 희고 단단하다. 타 지역 인삼보다 사포닌의 함유량이 많고 종류도 많다는데, 이는 금산지역이 분지라서 여름은 유난히 덥고 겨울은 무척 추운 기후 때문이라고 한다.
약에는 상약, 중약, 하약이 있는데, 인삼은 상약 중의 상약이다. 아무리 섭취해도 몸에 이롭고 약효가 떨어지거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 약을 상약이라 하는데 인삼이 그렇다. 중약은 질병 예방이나 건강을 위해서 먹는 약인데 장복할 경우 내성이 생기거나 약효가 떨어지는 약을 말한다. 하약은 몸에 해롭지만 병치료를 위해 할 수 없이 먹는 약으로 예컨대 암치료제나 항생제 같은 것이다.
상약인 인삼(홍삼)도 그동안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았는데, '인삼을 먹으면 열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속설이 낭설로 밝혀졌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농촌진흥청에서 중국과 함께 한 국제공동연구 결과를 발표(9ㆍ12일 언론보도)했는데 '고려인삼의 승열에 의한 부작용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떤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당뇨와 심혈관 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중국 남부 지역과 동남아 지역에서 이같이 잘못된 속설이 퍼져 우리 인삼수출이 타격을 받아온 반면, '미국 인삼은 한국산 인삼과 달리 열을 내린다'는 역 홍보로 미국산 인삼이 동남아 시장에서 큰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중국과의 합동 연구로 고려인삼의 승열 부작용 속설이 판명되고, 고려인삼의 효능에 대한 국제적인 공신력을 확보한 만큼 이들 지역에서 금산(고려) 인삼수출이 크게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
국내ㆍ외에 고려 인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속설을 해소하고 우수성을 홍보하는데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