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막걸리 원료의 수입쌀 점유율 확대의 주요인은 낮은 가격 때문이다. 수입쌀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수입쌀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제조업체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수입쌀을 원료로 한 막걸리 제조는 전통주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맛, 제조법, 원료 등에서 전통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할수록 전통주로서 가치는 살아난다.
게다가 막걸리는 수출전략 품목으로 지정돼 물류비 지원까지 받고 있다. 수입쌀로 만든 수출 막걸리가 지난 4년 간 순수 국산쌀을 사용한 막걸리보다 많은 56%의 비용을 지원받은 것도 모순이 있다. 적어도 외국에서 '한국술'로 각인된 막걸리가 이름값을 하려면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에 자존심까지 더해져야 한다. 시간이 다소 더디더라도 국산 쌀과 누룩, 유산균 다량 함유 등을 강점으로 키워 나가야 마땅하다.
그래야 진정한 전통주라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수입쌀 막걸리 제조는 국산쌀 소비 촉진 정책에 역행한다. 수출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수입쌀 막걸리가 점유율 우위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수입쌀 막걸리 시장의 확대는 우리 쌀농가에 피해를 주는 결과까지 낳는다. 전통주 생산에 우리쌀을 최우선해 소비해야 할 또다른 이유다.
제조업체가 국산쌀을 외면하는 것을 시정하려면 물류비 지원 등 제도상의 개선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수출 비중이 높은 술부터 국산쌀로 만들어야 한다. 막걸리는 주세가 5% 정도로 70%가 넘는 소주나 맥주보다 현저히 낮아 그것만으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막걸리 생산원가 중 원재료인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 불과하다. 굳이 국산쌀을 외면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산쌀 100% 사용이 당장 어렵다면 국산 원료가 전체 막걸리 생산량의 29%에 불과한 현실부터 역전시켰으면 한다. 전통을 무시하며 수입쌀로 빚는 술을 전통주라 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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