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곧 주검의 처리에도 반영되어 있다. 죽음에 따른 주검의 처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숙하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치르게 되는 가장 큰 통과의례인 관ㆍ혼ㆍ상ㆍ제 가운데 상례에 속하는 부분이다. 상을 당하게 되면 우선 주검을 처리하게 된다. 주검을 처리하는 과정이나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그 가운데 주검에 대한 염습을 거쳐 입관을 한 뒤 운구하는 과정도 온갖 정성을 다하여 모셨다.
지금은 고급 승용차나 버스를 영구차 또는 운구차라 하여 이용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마다 상여가 있었다. 이 상여는 가마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오색찬란하고 용, 닭, 꽃, 악사 등 온갖 조각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어 일반 가마의 장식과 비길 수가 없었다. 마지막 가는 고인에 대한 이 세상의 화려한 예우는 이보다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가 없었다. 모든 조각물들과 치장물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 뿐만 아니라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비는 상징물들이었다.
빈 상여를 꾸며서 상두꾼(상여를 메는 사람들)이 메고 요령꾼들의 노래와 요령소리에 발맞추어서 온 마을을 돌면서 하직인사를 나누고 상주들의 슬픔을 놀이로 승화시켜 달래곤 하였다. 상여놀이는 무거운 상여를 다음날 장지까지 옮겨갈 때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상두꾼들의 질서를 잡기 위한 뜻도 깃들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상여는 우리 선조들의 과학 슬기도 듬뿍 담겨 있었다. 우리 건축물이나 장롱 등은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춤으로 만들듯이 상여 또한 짜맞춤 기술을 적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장례가 끝난 뒤 뜯어 두었다가 초상이 나면 언제든지 다시 조립하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조립식 가구의 뿌리이기도 하다.
이 상여를 잘 보관하는 상여집도 마을 한 구석에 마련하여 소중하게 보관하였다. 그 뒤에 꽃상여를 거쳐서 영구차로 변해 왔지만 상여와 상엿집은 주검을 정중하고 화려하게 모셨던 우리 겨레의 소중한 유산 가운데 하나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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